본문 바로가기

    뉴스

    ADVERTISEMENT

    [한경에세이] 윷놀이에 비는 소망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윷놀이와 함께 사라진 '같이사는 사회'
    복지 확충보다 중요한 건 공동체 복원

    유은혜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요즘 동네에선 ‘척사대회’가 한창이다. 척사대회라고 하면 낯선 분들도 있겠지만 던질 척, 윷 사를 쓰는 척사(擲柶)는 윷놀이의 한자어다.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윷을 놀며 한판 놀이마당을 벌이던 풍속이 이어지다 보니 전해오던 명칭 그대로 척사대회라는 이름이 쓰이는 것 같다.

    기왕이면 쉽고 친숙한 말로 전통을 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여하간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서로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던 풍습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윷을 던지며 ‘윷이야’ ‘모야’ 크게 웃는 웃음이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활력이요, 어울려 살아가는 재미인 것 같아 자리를 함께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얼마 전 고양시에서 세 자매가 극심한 영양실조 상태로 발견된 일이 있었다. 냉골의 지하 월세방에서 돌보고 살펴주는 이 없이 반찬이라곤 고추장밖에 없는 밥이나 라면을 먹으며 몇 년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먹먹해진 가슴이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의식주 해결이나 교육 등 최소한의 양육 의무도 하지 않은 계모가 구속되고, 세 자매는 다행히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해가고 있다지만,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세 자매의 이야기가 남긴 숙제가 적지 않다.

    세 자매는 자신의 생존과 안녕, 행복에 관한 권리를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고, 이웃의 도움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 소녀들에게 이웃은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을지 모른다. 무심한 이웃을 탓하려는 게 아니다. 세 자매의 맏이는 동생들에게 검정고시 준비를 시켰다고 한다. 정글 사회로 표현되는 치열한 경쟁의 질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부지런히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믿는 절대다수의 청춘들처럼, 세 자매 역시 공부라도 해야 그 비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던 게 아닐까. 각자도생할 방법밖에 없는 척박한 사회, 세 자매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는 서로 돕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복지 제도를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서로서로 돕고 살던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 공동체를 믿을 수 있게 되는 것, 어쩐지 당위적인 이야기로만 들릴까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꼭 필요하단 생각은 멈춰지지 않으니 윷을 던지는 마음이 바쁘다.

    유은혜 <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un1002@gmail.com >

    ADVERTISEMENT

    1. 1

      생명 구하는 성배인가 도박인가…신약 개발 30조 원의 사투

      혁신적인 신약 개발은 인류를 구원할 성배인가, 거대 자본의 도박판인가. 신간 <블러드 머니>는 획기적인 암 치료제 탄생 뒤에 숨겨진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을 기록한 논픽션이다. 30조 원 규모의 판돈이 걸린 이 전쟁의 주역은 신념에 찬 과학자, 불확실성에 베팅하는 자본가, 그리고 판을 지배하는 거대 제약회사들이다.이 책은 ‘이브루티닙’과 ‘아칼라브루타닙’이라는 두 항암제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의 본질을 꿰뚫는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파산 직전의 제약사를 인수한 사업가 로버트 더건과 월스트리트 출신 투자자 웨인 로스바움은 자본의 논리와 과감한 리더십으로 과학적 발견을 ‘상품’으로 탈바꿈시킨다.하지만 책은 성공 신화의 이면에 도사린 냉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폭로한다. 기업 가치가 수조 원으로 치솟자 정작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했던 과학자들은 소모품처럼 버려진다. 자본주의의 생리 앞에서 결실은 늘 자본과 기업이 독식하기 마련이다.그럼에도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역설적이게도 ‘사람’으로 향한다. 빈손으로 쫓겨난 과학자들이 차고에서 연구를 재개해 더 나은 약물을 개발해내는 대목은 큰 울림을 준다. 자본이 판을 깔 수는 있어도, 혁신을 완성하는 종지부는 결국 사람의 집념과 헌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바이오 산업을 넘어 모든 비즈니스에서 통용되는 보편적 진리를 보여준다. 진정한 혁신은 리더의 결단과 자본의 힘, 그리고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열정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을 말이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2. 2

      몸을 지키는 방어선, 면역을 다시 읽다

      왜 어떤 사람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데, 어떤 사람은 환절기마다 병원을 찾을까. 단순히 ‘면역력이 약해서’라는 모호한 답변으로는 알레르기 같은 과민 반응을 설명하기 어렵다. 신간 <면역 수업>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 존 트라우즈데일이 50년 연구를 집대성해 면역의 실체를 명쾌하게 파헤친 책이다.저자는 면역을 단순히 외부 침입자와 싸우는 ‘군대’로만 정의하지 않는다. 대신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고 장기 간의 소통을 조율하는 ‘정교하고 지능적인 네트워크’로 새롭게 정의한다. 면역계는 피부와 점막, 장내 미생물을 넘어 신경계와 신진대사, 심지어 뇌와도 긴밀히 상호작용한다. 우리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기분, 통증까지도 면역의 손길이 닿아 있다는 분석은 질병과 건강을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책은 면역이 감염과 예방접종, 환경적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개인화된 시스템’임을 강조한다. 노화, 암, 비만, 우울증 등 현대인의 고질병을 면역 불균형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며, 식단과 수면, 위생 같은 일상적 선택이 우리 몸의 방어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과학적 근거를 통해 보여 준다.특히 난해할 수 있는 면역 기전을 컴퓨터 바이러스나 군대 같은 익숙한 비유로 풀어내 가독성을 높였다. 타투의 원리나 고양이 알레르기 같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지적 유희를 더한다. 저자는 면역의 본질이 공격과 파괴가 아닌 ‘협상과 조율’에 있다고 말한다. 건강 수명 연장의 핵심이 무조건적인 면역 강화가 아니라 ‘면역 균형’에 있음을 일깨워주는 이 책은,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3. 3

      우주로 떠난 인류, 식탁은 어디에 차릴 것인가

      다가올 우주 거주 시대, 인류는 지구 밖에서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신간 <우주 농업>은 이 질문을 공상과학이 아닌 현실의 과제로 끌어온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인류의 우주 개척은 가속화됐다. 무인 탐사선은 이미 화성 표면에 도달했고, 유인 탐사와 장기 거주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구상을 공공연히 밝힌 배경에도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우주에서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 체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이 책은 우주 공간과 행성 표면에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농업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살핀다. 저자들은 우주 농업을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농업 기술의 연장선에서 접근한다. 온실, 수경 재배, 수직 농장처럼 이미 지구에서 활용 중인 기술들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는다. 이 과정에서 우주 농업은 특수한 미래 산업이 아니라 기존 농업 기술이 확장되는 또 하나의 무대로 그려진다.책은 먼저 농업의 역사를 환경 극복의 과정으로 되짚는다. 이어 중력과 기압, 온도와 자기장이 지구와 전혀 다른 달과 화성의 환경을 분석하며, 식물 재배를 위해 해결해야 할 조건들을 살핀다. 특히 장기 체류를 전제로 한 ‘생명지원시스템’ 논의는 이 책의 핵심이다. 지구로부터의 지속적인 보급이 어려운 우주에서는 물과 공기, 영양분을 재활용하는 밀폐 생태계가 필수적이며, 식물은 그 순환 구조의 중심에 놓인다. 이러한 시스템은 우주에서의 생존을 넘어, 지구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돌아보게 하는 시사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