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순위 13위의 쌍용건설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작년 한 해 4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유상증자·출자전환 등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법정관리와 함께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대주주 역할을 해온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그동안 보유한 지분을 오는 22일 정부(금융위원회)에 반납하고 쌍용건설 경영에서 손을 뗀다. 쌍용건설 지분 매입 자본이던 정부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이날로 청산되기 때문이다. 매각 작업도 중단된 상태다.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홍콩계 펀드의 유상증자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대로 가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인 쌍용건설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주택업계에 부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법정관리 가능성 고조

쌍용건설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2012년도 재무제표를 확정했다. 매출 1조6049억원에 영업손실 1672억원, 당기순손실 4114억원이다.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하는 전액 자본잠식(자본금 1488억원)이다. 다만 쌍용건설이 ‘2012년 사업결산보고서’ 제출 기한(4월1일)까지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 쌍용건설 매각 업무에 관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3월 말까지 실제 유상증자에 대한 계약금 납입이 되거나 출자전환 합의만 있어도 상장폐지는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주주 역할을 해온 캠코는 22일이면 쌍용건설 경영에서 손을 뗀다. 캠코가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38.75%)의 매입 자본금인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이날 청산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정부 몫의 쌍용건설 지분을 부실채권정리기금 출연에 참여했던 금융사들에 배분하도록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는 캠코가 사외이사를 통해 쌍용건설의 법정관리신청을 막고 있지만 오는 22일 이후부터는 법정관리신청을 막을 방법이 없다.

◆매각은 사실상 물 건너가

캠코가 쌍용건설에서 손을 뗌에 따라 지금까지 추진해온 매각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주주가 사라지면서 매각 주체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에 나서지 않는 영향도 크다. 현재 2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제안서를 제출한 홍콩계 사모펀드(PEF) VVL은 채권단에 3500억원 규모 출자전환을 요구하며 계약금 납입을 거부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우이동 콘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각을 통해 2600억원 수준의 자금 확보를 자체적으로 추진 중이다.

1500억원 규모의 오피스빌딩과 오피스텔 매각도 추진 중이지만 회생의 앞길은 험난하다는 게 금융사들의 전망이다. 해외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국내 회사채 신용등급이 BB+에서 B-로 추가 하락하는 바람에 공사 수주와 대금 수금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 1500억원어치와 하도급 업체 공사대금을 지급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건설은 업계 순위 13위의 대형 건설사인 데다 국내외 현장만도 130여곳에 이른다. 협력업체도 1400여개에 달한다.

안대규/이태호/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