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M&A 댐 터졌다"
금융위기 이후 얼어붙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5년여 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그동안 불확실성 때문에 대규모 M&A를 꺼리던 기업들이 다시 성장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M&A)는 기업들의 ‘야성적 충동’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날 하루 동안 발표된 M&A만 벅셔해서웨이의 하인즈 인수(280억달러), 아메리칸항공 모회사 AMR의 유에스항공 인수(110억달러), 맥주회사 AB인베브의 콘스텔레이션브랜드에 대한 코로나 판권 매각(47억5000만달러), 의약품 도매업체 카디널헬스의 아수라메드 인수(20억달러) 등 470억달러(약 50조원)가 넘는다. 지난 12일에는 컴캐스트가 GE에서 NBC유니버설 지분 49%를 추가로 사들인다는 계획도 나왔다.

시장조사회사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14일까지 세계에서 1600억달러가 넘는 M&A 계획이 발표된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주에는 마이클 델 델 창업자와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델 지분을 244억달러에 인수해 비상장사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미디어그룹 리버티글로벌은 영국 케이블TV 업체인 버진미디어를 16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M&A 전문가인 제임스 리 JP모건체이스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댐이 무너졌다”고 표현했다. 기업들의 M&A 열기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생산성은 2008~2009년 6% 높아졌지만 2012년 말에는 연간 생산성 증가 속도가 1% 이하로 줄어들었다. M&A 외에는 성장할 방법이 사라진 셈이다.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M&A 붐의 주요 요인이다. 그동안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너무 낮아 매각을 꺼리던 기업들이 ‘이제는 제값 받고 팔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딜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출을 꺼리던 은행들도 경기가 풀리면서 적극적으로 인수 자금을 빌려주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