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유산 일부를 돌려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한 장남 이맹희 씨가 항소했다. 소송 규모는 당초 4조원대에서 96억원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항소장 제출 마감일인 1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통상 민사소송 항소심의 첫 변론은 관련 서류가 상급 법원에 송부된 뒤 약 3개월 후에 열린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낮은 승소 가능성과 인지대 부담 등의 이유로 이씨가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앞서 1심의 변호사 비용을 제외한 인지대만 127억원이었다.

이씨의 아들인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 14일 일본에서 이씨를 직접 만나 항소 포기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CJ그룹 관계자는 “화해를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가족들이 간곡히 만류했지만 당사자의 의지가 워낙 강해 소송을 계속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창업주의 차녀인 이숙희 씨와 차남인 고 이창희 씨 유족은 항소에서 빠졌다.

소송가액이 줄면서 항소심 인지대는 수천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 측 대리인인 윤재윤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인도 청구 범위를 줄여 소송가액과 인지대를 낮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소람/임현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