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산업 '샌드위치 한국' 현실화
중국의 부품·소재산업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중, 한·일 간 무역특화지수의 변화나 개선 품목 수에서 중국은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반면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 속도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중국 부품·소재·장비·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 및 생태계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중국 내수용 제품의 중간재 시장을 개척하고 첨단 혁신 제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소재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화학, 고무·플라스틱 등 5개 소재 분야 중 섬유, 비금속광물, 1차 금속제품 등 3개 분야에서 대(對) 한국 무역특화지수가 플러스로 전환했다. 무역특화지수는 국가 간 상품의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국가 간 해당 상품 수출과 수입액의 차를 전체 수출입액으로 나눈 값이다. 1이면 수입은 전혀 없이 완전 수출특화인 반면 -1이면 반대로 수입특화 상태다. 복 위원은 “중국의 대 한국 무역특화지수가 플러스로 접어들었다는 건 이들 분야 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0년간 5개 소재 분야 73개 세부품목 중 53개에서 중국의 대 한국 무역특화지수가 개선됐다. 10개 품목 중 7개꼴로 한·중 간 경쟁력 격차가 좁혀졌다는 의미다.

일본에 대해 중국은 5개 소재분야 모두 수입특화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무역특화지수 마이너스 폭은 크게 줄었다. 반면 한국은 대 일본 무역특화지수에서 섬유에서만 일본을 추월했을 뿐 나머지 4개 분야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일본에 대해 무역특화지수가 개선된 세부품목 수도 중국보다 12개 적은 41개에 그쳤다.

○부품·장비에서도 격차 축소

부품과 장비산업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부품분야 90개 세부품목 중 무역특화지수가 개선된 품목이 한국에 대해 62개, 일본에 대해 61개에 달했다. 특히 컴퓨터 및 사무기기부품의 경우 중국은 한국을 제친 후 일본에 대해서도 경쟁우위로 돌아섰다. 반면 이 품목에서 한국은 일본에 대해 우위에서 열위로 바뀌었다. 수출을 많이 하던 데서 수입을 많이 하는 상황으로 뒤바뀐 것이다.

장비산업에서도 중국은 한국에 대해 41개 품목 중 25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 보고서는 디스플레이패널 등 한국 주력 수출품목뿐 아니라 2차전지, 폴리실리콘 등 신사업, 공작기계 등 기초품목에서도 중국의 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현지 소재·부품 조달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 그냥 부품을 구해 써도 무리가 없을 만큼 기술력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2005년 40.7%에 그쳤던 현지조달 비중은 2007년 51%에서 2010년 62.4%까지 확대됐다. 반면 한국에서 수입해 조달하는 비중은 2005년 40%를 웃돌았으나 2010년 24.5%로 줄었다.

복 위원은 “중국 소재·부품의 경쟁력이 상승하면 이를 사용하는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져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무역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 경쟁력 상승에 대비해 신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복 위원은 “중국에 한발 앞선 기술과 제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며 “정부도 중간재 무역 장벽을 완화하고 기술유출 방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