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채소를 먹기 위해 김장을 담그는 것처럼 프랑스에선 겨우내 고기를 섭취하기 위해 ‘콩피(confit)’를 만들었다. 프랑스어로 ‘보존’이라는 뜻의 콩피는 오리 거위 등 각종 육류를 기름에 천천히 익힌 후 지방을 넣은 상태로 차갑게 보관한 저장음식. 프랑스 남서부에서 시작된 콩피 요리는 주로 거위와 오리의 다리로 만들었다. 칠면조 돼지고기 닭고기로도 콩피를 만들었지만 전통적인 콩피는 아니다.

콩피 요리는 지역마다 특징이 있다. 베아른과 바스크 지역에서는 콩피와 콩을 뭉근히 끓인 후 베이컨과 햄을 넣어 걸쭉한 고기수프(가르부르)로 먹었다. 생통주와 브랑톰 지역에서는 감자와 송로버섯(트러플)을 넣어 먹었다. 차게 먹기도 하는데 너무 기름진 맛을 상쇄하기 위해 씁쓸한 맛의 샐러드나 과일을 곁들이기도 한다.

국내에서 콩피 요리를 제대로 맛보려면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 ‘테이블 34’의 베르트랑 콤베 셰프를 만나야 한다. 프랑스 요리에 두루 정통한 콤베 셰프는 파티셰(제빵사) 연회음식 과정을 마친 뒤 중국 스위스 프랑스 등지의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특히 중국 베이징에서 샤넬 구찌 벤츠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행사 음식을 담당하는 ‘그룹 플로 아시아(Group Flo Asia)’에서 셰프로 일하기도 했다.

콤베 셰프는 “콩피는 저온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수비드(sous vide) 요리기법으로 만들어 식재료의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 및 풍미를 살릴 수 있는 정성스러운 요리”라고 설명했다. 콤베 셰프는 전통적인 콩피에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을 곁들였다. 오리고기를 통째로 내놓는 전통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살만 발라낸 후 유바(두부껍질)에 싸서 바삭할 때까지 팬에 구워내면 부드러운 콩피에 유바의 고소함과 바삭함이 더해져 새로운 스타일의 콩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프랑스 3대 진미인 푸아그라와 오리뼈를 5시간 동안 우려 만든 오리소스를 곁들이면 프랑스 가금류 요리의 진미를 한 접시에 맛볼 수 있다. (02)559-7631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