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인사동 화재사건은 작년 10월31일 서울 관수동 서울극장 옆 식당 주방에서 발생한 화재로 점포 17곳이 탄 지 4개월 만이다. 불과 100m 떨어진 두 장소는 대형 화재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였다는 점에서 닮은꼴이었다. 좁은 골목에 밀집한 낡은 목조 건물, 외부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액화석유가스(LPG) 용기 등.

사건 하루 뒤인 18일 인사동 화재 현장에서 불과 20m가량 떨어진 한 분식집 외부에는 LPG 용기 4개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화재 시 LPG 용기 폭발을 막을 어떤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자칫 불이 옮겨붙기라도 했다면 대형 폭발로 이어질 아찔한 상황이었다. LPG 사고의 폭발력은 ‘폭탄’과 맞먹는 수준이다. 박용환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20㎏ 한 통이면 최대 수류탄 10개의 위력을 갖는다”며 “주택 한 채는 거뜬히 날릴 수 있는 폭발력”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압에 애를 먹은 것도 도심의 화약고인 LPG 용기 때문이었다. 주민 김기덕 씨(47)는 “주말이 아니라 평일이었으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화재가 구도심 식당 밀집 지역에서 재발했지만 관할 구청은 ‘무사안일’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가스 안전 정기검사는 가스안전공사에 위탁해 실시하고 있는데 100㎡ 이하인 사업장은 정기검사 대상이 아니다”며 “화재 현장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영세 사업장이 밀집한 이 일대는 화재 위험성이 높지만 관련 규정대로라면 오히려 정기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이 일대 화재 관리가 철저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