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일하다가 때로는 생각지도 않은 일로 깊은 감동을 받는 일이 있다. 드문 일이지만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을 때 감사편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감사편지를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2년 전에는 졸업한 여학생이 첫 월급을 받은 후 학교에 찾아와 두툼한 봉투 하나를 수줍게 건네며 자신이 모교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이렇게 좋은 회사에 입사했겠느냐며 학교 발전을 위해 써 달라고 했다. 또 작은 봉투 하나는 자기 전공과 학과장에게 학과 교수님들과 식사하라며 전달하고 갔다. 형편이 좋은 학생도 아닌데 자기 첫 월급을 모교와 학과 은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했다.

지난주에는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생들에게 “사회인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데 앞에 놓인 환경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사회인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면서 쓰던 감사 일기를 계속 쓰라”고 했다. 이제 감사하기는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과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식이 끝나고 외빈들을 모시고 식장을 나서는데 졸업식 대표로 우등상을 받은 한 여학생이 편지를 내밀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고맙다고 하며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가 나중에 보았다.

편지 가운데 일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대림대 학생으로 지낸 날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20대의 첫출발, 스무 살을 대림대와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총장님의 ‘감사하기’ 운동이었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총장님께서 감사하기 운동을 펼치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한 분은 졸업식에 왔다가 비서에게 명함을 전하고 갔다. 이분은 우리 학생을 채용한 회사의 인사총무팀장인데 회사를 대표해 신입 직원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왔다가 좋은 학생을 채용할 수 있게 해줘 감사 인사를 하려고 들렀다고 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감사해야 할 때에 제대로 감사를 표시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이기에 자그마한 감사 표현들이 우리를 깊이 감동하게 한다.

제갈 정웅 < 대림대 총장·시인 gratitudeall@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