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출범을 닷새 남겨둔 새 정부가 복병을 만났다. ‘정부조직 개편안’이다. 당초 국회는 지난 18일 본회의를 열고 이를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여야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본회의 자체를 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장관 인선이 발표되자 민주통합당은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여야는 며칠째 감정 싸움과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다간 박근혜 정부의 파행이 자칫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19일에도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여야는 연일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상대방에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강행 처리 의사를 내비쳤고,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날치기 처리’를 선언했다며 맞받아쳤다.

상황이 이처럼 악화일로를 걷게 된 것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야의 속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원안을 고집하는 반면 민주당은 6개 요구사항 반영을 내세우고 있다. 여야의 ‘5+5 협의체’는 지난 7일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국회 강행 처리를 막겠다며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행정안전위원회 안건조정위 설치’를 주장했고, 새누리당은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4자 회동을 역제안하는 등 협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1차 시한인 지난 14일 처리가 불발된 데 이어 그제 2차 시한마저 놓쳤다.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6개 사항 중 대부분은 접점을 찾았지만, 방송진흥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고 규제 기능만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하는 인수위 원안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인수위 안대로 기능이 이관되면 정부가 방송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원안 고수 의지가 강해 대야 협상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읍소한다.

이 싸움이 장기화돼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면 미래부와 해양수산부 등 신설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불가능해진다. 여야의 ‘내뜻대로’ 고집은 좀체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정치권의 치명적 결함인 ‘타협의 부재’가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될 판이다.

김정은 정치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