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인판 키코 상품' 손실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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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와 유사한 구조로 설계
법원 "상품 설명 미흡, 손실 일부 은행이 배상해야"…씨티銀 "리스크 알고 가입"
법원 "상품 설명 미흡, 손실 일부 은행이 배상해야"…씨티銀 "리스크 알고 가입"
복잡하게 설계된 파생상품을 판매하면서 예상 피해액 등을 잘 설명하지 않았다면 투자자의 피해를 일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수석부장판사 김성수)는 개인투자자 김모씨가 한국씨티은행과 판매 직원 이모씨를 상대로 투자 손해금 11억원을 되돌려 달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장외 파생상품의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뿐 아니라 구체적 손해의 규모와 가능성, 중도해지시 청산금에 대해 원고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피해 손실액의 30%를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일반투자자로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비정형 파생상품을 판매하면서 구조와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손실을 입었다”며 2011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에쿼티 어큐뮬레이터(equity accumulator)’라고 불리는 주가 옵션 파생상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들에 큰 피해를 입힌 환헤지상품인 키코(KIKO·Knock In-Knock Out)와 구조가 유사해 ‘개인판 키코’로 불린다.
키코는 ‘환율’을 기초로 한 반면, 이 상품은 미리 설정한 변동구간 내에서 주식 옵션을 거래하는 상품이다. 계약시점 주가보다 싸게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을 계속 사들일 수 있어, 주가가 오를 경우 지속적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녹아웃 배리어(경계점)’ 이상으로 오를 경우 계약은 정지돼 이익에 제한이 있지만, 녹인배리어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계약이 유효해 계속 비싼 값을 주고 주식을 사야 해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김씨의 경우 2008년 씨티은행 측의 권유로 상품에 가입했으나 이후 금융 위기로 옵션의 기초자산인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자 3억5000여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중도해지 정산금(잔여 계약기간까지의 포워드 계약 정산금) 7억6000여만원을 추가 지불해 총 11억원의 피해를 봤다. 당시 은행은 ‘삼성전자 주식이 떨어지면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말했을 뿐 피해 예상금액이나 정산금 규모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원고측 주장이다.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민의 박성재 변호사는 “피해가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복잡한 상품을 팔면서도 구체적 설명 의무를 지키지 않았던 외국계 은행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투자 가입자가 계약서를 보고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도 가입한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다시 법적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쿼티 어큐뮬레이터’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홍콩 등에서 투자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거래가 끊겨 국내 추가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2009년 국내에서는 씨티은행만 이 상품을 팔아왔으며 거래 건수는 10여건으로 알려졌다.
정소람/김일규/이상은 기자 ram@hankyung.com
■ 옵션 배리어
옵션은 특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파생금융상품이다. 주식, 채권 등의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정해 둔 경계점(배리어)에 도달하면 옵션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정지되는 형태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녹-인(knock-in) 옵션은 배리어를 넘어설 경우 효력이 발휘되고, 녹-아웃(knock-out) 옵션은 배리어를 넘어서면 효력이 사라진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11부(수석부장판사 김성수)는 개인투자자 김모씨가 한국씨티은행과 판매 직원 이모씨를 상대로 투자 손해금 11억원을 되돌려 달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장외 파생상품의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익뿐 아니라 구체적 손해의 규모와 가능성, 중도해지시 청산금에 대해 원고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피해 손실액의 30%를 은행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일반투자자로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비정형 파생상품을 판매하면서 구조와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손실을 입었다”며 2011년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문제가 된 상품은 ‘에쿼티 어큐뮬레이터(equity accumulator)’라고 불리는 주가 옵션 파생상품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들에 큰 피해를 입힌 환헤지상품인 키코(KIKO·Knock In-Knock Out)와 구조가 유사해 ‘개인판 키코’로 불린다.
키코는 ‘환율’을 기초로 한 반면, 이 상품은 미리 설정한 변동구간 내에서 주식 옵션을 거래하는 상품이다. 계약시점 주가보다 싸게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을 계속 사들일 수 있어, 주가가 오를 경우 지속적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녹아웃 배리어(경계점)’ 이상으로 오를 경우 계약은 정지돼 이익에 제한이 있지만, 녹인배리어 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계약이 유효해 계속 비싼 값을 주고 주식을 사야 해 손실이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김씨의 경우 2008년 씨티은행 측의 권유로 상품에 가입했으나 이후 금융 위기로 옵션의 기초자산인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자 3억5000여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중도해지 정산금(잔여 계약기간까지의 포워드 계약 정산금) 7억6000여만원을 추가 지불해 총 11억원의 피해를 봤다. 당시 은행은 ‘삼성전자 주식이 떨어지면 우리나라가 망한다’고 말했을 뿐 피해 예상금액이나 정산금 규모는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원고측 주장이다.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민의 박성재 변호사는 “피해가 무한대로 커질 수 있는 복잡한 상품을 팔면서도 구체적 설명 의무를 지키지 않았던 외국계 은행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투자 가입자가 계약서를 보고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도 가입한 것”이라며 “항소심에서 다시 법적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쿼티 어큐뮬레이터’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홍콩 등에서 투자 피해자가 속출하면서 거래가 끊겨 국내 추가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2009년 국내에서는 씨티은행만 이 상품을 팔아왔으며 거래 건수는 10여건으로 알려졌다.
정소람/김일규/이상은 기자 ram@hankyung.com
■ 옵션 배리어
옵션은 특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파생금융상품이다. 주식, 채권 등의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정해 둔 경계점(배리어)에 도달하면 옵션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정지되는 형태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녹-인(knock-in) 옵션은 배리어를 넘어설 경우 효력이 발휘되고, 녹-아웃(knock-out) 옵션은 배리어를 넘어서면 효력이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