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는 은행들이 대출을 꺼린다는 것이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으로 아무리 시중에 돈을 풀어도 이를 기업, 가계 등 경제 주체에 전달해야 하는 은행들이 돈줄을 쥐고 놓지 않는 ‘돈맥경화’가 지속됐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은행들이 기업에 서로 돈을 빌려주겠다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다. 저금리를 앞세운 과도한 대출 경쟁이 은행들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조사회사인 SNL파이낸셜을 인용해 지난해 4분기 미국 은행들의 기업 대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작년 전체로는 16%나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예금 고객이 늘면서 현금이 많아진 은행들이 대출 증가에 목말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은행들의 예금 잔액은 2008년 중반부터 29% 늘어나 9조600억달러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은 여러 은행에 경쟁을 붙이고 있다. 은행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크게 낮추고 있다.

Fed가 최근 주요 은행 대출 담당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은행이 지난 3개월간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차이로 은행 수익성의 척도)이 줄었다고 답했다. 엄격했던 대출 심사도 점점 더 느슨해지고 있다고 Fed는 분석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