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저성장·저금리 기조를 먼저 겪은 일본 금융권의 생존 전략을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20일 자본시장연구원과 노무라자본시장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금융투자업계는 일본 동종업계가 환경 변화에 적응한 사례를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와 금융투자산업-일본의 사례와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주제로 열렸다.

권 원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이 사라지는 등 한국 사회도 이제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며 “일본 경제가 1990년대 겪은 상황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맞닥뜨린 고령화, 소비·저축률 감소, 부동산 시장 둔화, 정부 재정 부담 증가 등의 현상이 한국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원장은 “일본 금융업계는 저성장 시대 생존 전략으로 영업을 자산관리형 위주로 전환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 능력을 강화했다”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지역 등으로 해외 영업을 확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말 저성장 상황에 대비한 각종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했다”며 “현재 금융 회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다룬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작년 말 경제성장률을 1%로,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1%포인트 떨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5년 뒤 은행권 순이익은 올해의 16.5%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보험업은 금리 하락에 따른 역마진으로 저금리 충격이 가장 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저성장·저금리 시대에도 한국 투자자들은 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에도 2010년 일본 가계 금융자산의 83%가 현금 예금 보험 연금 등 안전자산에 몰렸다”며 “한국도 고령 인구의 안정성 추구, 펀드투자 손실 경험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쟁 심화로 국내 증권업계도 통·폐합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최도준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법인 소비재·금융컨설팅 부문장은 “일본 버블이 꺼진 1996년 이후 지난해까지 퇴출된 증권사는 134곳”이라며 “위탁매매에서 자산관리형 사업구조로 전환한 증권사들이 주로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장창민/이고운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