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쌍용건설에 책임 없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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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22일부터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는 쌍용건설을 두고 은행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쌍용건설을 관리하는 캠코는 작년 9월6일 은행들을 소집해 쌍용건설의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을 인수해 700억원을 지원할 테니 은행들도 13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했다.
9월20일 캠코는 쌍용건설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한 문서를 은행들에 발송했다. ‘2000억원을 지원하면 쌍용건설은 2013년 2분기까지 13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갖게 되고, 빌려준 1300억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늦어도 2013년 3월 말까지 상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채권단이 분개하는 이유는 캠코가 쌍용건설 매각에 실패하자 문서로 확약한 다짐을 지키기는커녕 부실채권정리기금 종료를 빌미로 보유지분(38.75%)을 전부 채권단에 떠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침 쌍용건설의 완전자본잠식이 발표된 다음이다. 정부는 손 뗄 테니 출자전환이든 추가 지원이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A은행 여신담당자는 “돈 빌려간 사람이 갚지는 않고 다른 빚까지 대신 갚아 달라고 한 뒤 도망가는 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금 종료를 핑계 삼아 1400개 하도급업체를 연쇄 부도로 몰아넣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안타까워 했다.
정부와 캠코도 할 말은 있다. 캠코는 은행이 아니어서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렵고, 기금 종료 후 정부에 주식을 반납하면 ‘제1호 국영 건설사’가 생기는데 세금으로 건설사를 운영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캠코는 똑같이 기금 종료까지 매각되지 않아 현물반납하는 대우조선해양 지분(19.1%)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부실한 기업은 버리고 정상 기업만 가져가겠다는 심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와 캠코는 경영 실패, 매각 실패의 책임에 대해서도 ‘전문경영인 체제였고 매수자가 없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B은행 관계자는 “5개월새 쌍용건설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인 BB+에서 부적격인 B-로 8단계나 떨어지기 전에 출자전환 등의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뻔히 완전자본잠식이라는 결말을 예상하고도 상황을 오판한 것은 공공기관 특유의 ‘내 임기만 잘 넘기자’는 안이한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제 와서 정부는 책임 없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9월20일 캠코는 쌍용건설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묘사한 문서를 은행들에 발송했다. ‘2000억원을 지원하면 쌍용건설은 2013년 2분기까지 13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갖게 되고, 빌려준 1300억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늦어도 2013년 3월 말까지 상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채권단이 분개하는 이유는 캠코가 쌍용건설 매각에 실패하자 문서로 확약한 다짐을 지키기는커녕 부실채권정리기금 종료를 빌미로 보유지분(38.75%)을 전부 채권단에 떠넘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침 쌍용건설의 완전자본잠식이 발표된 다음이다. 정부는 손 뗄 테니 출자전환이든 추가 지원이든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A은행 여신담당자는 “돈 빌려간 사람이 갚지는 않고 다른 빚까지 대신 갚아 달라고 한 뒤 도망가는 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기금 종료를 핑계 삼아 1400개 하도급업체를 연쇄 부도로 몰아넣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안타까워 했다.
정부와 캠코도 할 말은 있다. 캠코는 은행이 아니어서 추가 자금 지원이 어렵고, 기금 종료 후 정부에 주식을 반납하면 ‘제1호 국영 건설사’가 생기는데 세금으로 건설사를 운영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캠코는 똑같이 기금 종료까지 매각되지 않아 현물반납하는 대우조선해양 지분(19.1%)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다. 부실한 기업은 버리고 정상 기업만 가져가겠다는 심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와 캠코는 경영 실패, 매각 실패의 책임에 대해서도 ‘전문경영인 체제였고 매수자가 없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B은행 관계자는 “5개월새 쌍용건설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인 BB+에서 부적격인 B-로 8단계나 떨어지기 전에 출자전환 등의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뻔히 완전자본잠식이라는 결말을 예상하고도 상황을 오판한 것은 공공기관 특유의 ‘내 임기만 잘 넘기자’는 안이한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제 와서 정부는 책임 없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