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모션 줄이고 조건부 할인 늘리면 가격인상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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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master 프라이싱 (1) 가격인상의 다양한 방법·사례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가격 올리는 것도 한 방법
통신사 '무제한 요금제'…고객요구 반영한 성공사례
운행 거리따라 이용료 정산…트럭 타이어 업체 매출 기여
프리미엄·이코노미 브랜드…고객 세분화 방식도 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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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가격 1%를 인상했을 때 영업이익은 8.7% 정도가 올라간다고 한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저성장 시대, 성숙하거나 침체에 빠진 시장에서는 시장점유율보다 수익성 향상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가격전략은 매력적인 전략 아젠다다. 하지만 가격 인상에 관한 주제를 임원회의에서 꺼내 놓기가 무섭게 임원 및 실무자들의 반응은 각 부서의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린다. 가격 인상에 대한 의사 결정은 그만큼 어렵다. 가격 인상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사례들을 살펴보자.
#무엇을 위한 가격 인상인가
먼저 무엇을 위한 가격 인상인지 알고 시작해야 한다. 고객이 쉽게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인상하면 현장 영업과 마케팅 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고객과 업계의 특수성을 모르고 책에 적힌 이론을 무턱대고 적용한다는 핀잔도 듣게 된다. 가격을 올리면 판매 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명품 브랜드의 가격 정책은 예외로 하자.) 무리한 목표물량을 채우기 위한 수고를 줄이고 회사의 수익을 해치는 고객 대신, 지속 가능한 장기적인 관계를 도모할 고객들을 통해 총 매출액과 수익을 개선한다는 것. 가격과 물량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가 가격 인상의 시발점이다.
가격 인상은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가격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다. 출시가격, 매출가격, 신고가격, 결제가격, 고객인지가격, 수익가격 등 다양한 가격이 마케팅, 영업, 재무관점에서 정의되고 혼재돼 사용된다. 이들 중 최고경영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격 인상은 회사 수익과 연계된 수익가격 인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에 영향을 미치는 할인정책, 프로모션, 장려금, 현금할인, 결제, 배송, 영업서비스, 캠페인, 판매관리비, 제조비용 등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게 관리할 수 있는 프라이싱 역량이 있는지 진단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전통적인 원가 중심의 가격 인상 접근방법을 고수하는 업체는 수익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간 단계들을 단순히 낭비와 누수 요인으로 간주하고, 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판매비용을 줄이는 행위는 고객의 불만과 인지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시장가격도 하락해 다시금 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되는 악순환을 촉발한다. 가치 중심의 가격 인상 접근방법을 도입한 선도 기업은 매출, 수익, 고객만족도, 시장점유율 등의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 지렛대를 찾은 뒤, 비효율적인 레버에서 자원 재분배를 통해 목표한 결과물을 성취하고 있다. 이런 레버는 연륜과 감에 의존하지 않고 내부에 축적된 자료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만 찾아낼 수 있다.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공감도 얻을 수 있다.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다른 방법
가격인상과 같은 효과를 내는 방법도 있다. 판매의 지렛대로 간주되는 할인과 프로모션, 캠페인을 과감히 줄여야 한다. 또는 일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제공할 수 있도록 조건부 할인정책으로 전환한다면 가격을 인상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사후적으로 일어나는 특가 정책을 철회하거나, 선별적으로 적용한다면 인지가격 하락도 막을 수 있다.
경쟁사보다 가격인상을 더 빨리 단행하는 것도 시간차를 통한 가격 인상 효과가 있다. 기존 고객 점유율이 고착화된 상황이라면 보다 높은 가격, 또는 고수익 제품군(群)으로 변경하는 제품 믹스(product mix) 전략도 결산시점에 평균가격 인상효과가 발생한다. 고객을 접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돼 있는 상황이라면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 고객에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평균가격은 인상된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결제기간 및 장기할부제도 등을 기업에 유리하게 조정하는 것도 가격인상 전술에 해당한다.
고객 세분화는 가격이 인상될 때마다 물량이 감소한다는 원리를 리스크로 간주하는 기업에는 더욱 효과적이다. 하나의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한 가지 결제 가격과 고정된 계약조건을 제안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서비스와 계약조건들을 조합해 세분화된 고객층에게 차별화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평균가격 상승은 물론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고객과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가격모델을 제공, 막대한 수익을 누리는 통신업계의 사례를 살펴보자. 데이터 사용량이 갈수록 많아지는 요즘 무제한 요금제는 정보를 과하게 빨아들이는 고객층이 먼저 요구하게 되고, 미래에 발생할 모든 제반 경비가 반영된 만큼 가장 비싸다.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결제가격이 발생하는 요금제는 새롭게 진입하는 이동통신 재판매업체(MVNO)와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고객층에 안성맞춤이다. 고정요금에 각자의 생활습관을 고려해 설계된 여러 요금제들은 전 세대에 걸쳐 오랫동안 보편적으로 사용됐다.
#기본 가격모델의 조합
이런 세 가지 기본 가격모델을 조합, 통신을 비롯한 여러 산업에 반영해 성공한 사례들 중 트럭 타이어를 살펴보자.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내구성이 뛰어난 신제품을 연구개발비 등 원가를 반영한 결과 기존 제품보다 25%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기엔 시장이 가격에 민감해져 있었다. 하지만 운행누적거리마다 이용료로 정산하는 가격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주행거리가 매출에 직접 연결되는 운송업자들에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타이어업체는 기존 예상 가격에서 누릴 수 있는 이익보다 고수익을 얻게 됐다. 이런 사례는 항공기 엔진,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온라인 광고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 사례는 제품 브랜드 차별화를 통한 가격인상 전략이다. 같은 사업군에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인 고가 브랜드와 옵션이 다양한 세컨드 이코노미 브랜드를 제공, 자연스럽게 고객 세분화로 연결되는 이 방식은 여러 산업에서 적용된다. 주의사항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이코노미 브랜드 사이엔 고객이 납득할 만한 가격 차별화를 분명히 해야 서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가격인상 전략을 마술처럼 단번에 적용하긴 어렵다. 다른 부서를 설득하고 협업해야 하는 새로운 프로세스를 껄끄럽게 생각하고, 기존에 해왔던 익숙한 방식을 선호하면 결국 시간에 쫓겨 수동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프라이싱 인프라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김용현 <웨슬리퀘스트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