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의 해외 도피 끝에 이달 초 국내로 송환된 나선주(52) 거평그룹 전 부회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강남일)는 회사에 4000억원대의 피해를 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나 전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나 전 부회장은 1998년 한남투자증권ㆍ투자신탁운용을 인수한 뒤 부도 직전의 거평그룹 계열사에서 발행한 회사채 1800억원 상당을 사들여 부당지원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같은해 3월 말 계열사 대한중석의 재산 387억원 상당을 부도 위기의 다른 계열사에 현금으로 대여하거나 대출 담보로 제공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당시 대한중석은 총부채 3600억여원에다 금융기관 대출금이 2800억원에 달해 자체 운영 자금도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나 전 부회장은 이같은 혐의를 받아 수사를 받던 중 1999년 4월 미국으로 달아나 2002년부터 지명수배를 받아왔다. 그러나 2010년 10월 여권·비자의 유효기간이 만료돼 미국에 불법체류 중인 사실이 포착됐다. 국제협력단의 요청을 받은 미국 국토안보부 수사국은 지난해 10월 나 전 부회장을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했고, 나 전 부회장이 자진출국 의사를 밝혀 이달초 국내로 송환됐다.

한편 나 전 부회장은 30대 그룹으로까지 급부상했다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외환위기 때 해체된 거평그룹의 창업주인 나승렬 전 회장의 조카다. 나 전 회장은 2004년 징역 2년6월이 선고돼 법정구속됐으나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았고 이후 2008년 광복절 특사로 형집행이 면제됐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