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 등 유통업체, 신년 투자계획 "아직"
사면초가…올해는 해외사업 주력


롯데·신세계 등 주요 유통업체들이 새해 고용 및 투자 계획 발표를 미루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보통 1월 초에서 중순 사이 신년 계획을 밝혔지만 올해는 경기침체에다 출점 규제, 새 정부 눈치보기까지 더해져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는 신년 고용 및 투자 계획 발표를 다음 달 초로 연기했다. 인력을 상시 채용하는 현대백화점은 올해 투자 발표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유통업체들의 고용 및 투자 규모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는 투자와 고용을 유발하는 출점 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올해 출점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입점 시 사전에 주변상권에 대한 '매출영향 평가'를 의무적으로 내야하는 등의 정부 규제로 사실상 출점이 어려워졌다" 며 "이로 인해 투자와 고용 계획을 내놓기도 힘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지난달부터 신규 출점 담당부서 직원 17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달 현재 홈플러스의 전체 인력은 2만6529명에서 2만4483명으로 2046명 줄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용 규모는 초장기 계획에 따라 결정되는데 올해엔 대형마트 등의 출점 계획이 없어 그 규모가 크지 않을 것" 이라며 "올해는 지난해 퇴사자들 규모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불황과 정부 규제로 지난해 매출이 모두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는 '상생'을 내세워 재벌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올해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기존 사업에서 벗어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방침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해외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롯데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신세계 이마트는 베트남에 마트를 출점한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 이라며 "기존 진출 국가인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20여개점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업은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경제장관과 만나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부회장은 세 차례나 베트남에 방문해 현지 협력사와의 제휴관계와 출점전략 등을 점검했다.

홈플러스는 인근 중소상인들의 반발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마포 합정점과 관악 남현점, 오산 세교점의 개점 여부를 상생협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 출점을 제외한 신유통 사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