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원 마련 위해 증세도 논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1일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향후 5년간 투입될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하지 않았다. 당초에는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를 통해 복지 등에 필요한 정확한 재원을 추계하고, 재원 마련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새누리당 의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01개 대선 공약을 검토해 소요 재원과 조달 방안을 내부적으로 심도있게 검토했다”며 “앞으로도 관련 부처에서 내용을 충분히 더 검토한 뒤 (조달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관마다) 재원을 추계하는 규모 차이가 워낙 많이 나고 실제 추계 방법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새누리당 의원) 역시 “재정 당국에 새로운 장관 후보자가 나왔기 때문에 이분이 면밀히 검토한 이후에 보다 확실히 국민에게 밝히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처음 추계했던 것과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게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당초 공약에서 밝힌 135조원 내에서 맞출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11월18일 대선 후보로는 처음 나라살림 가계부를 공개하면서 집권 5년간 정부 씀씀이를 줄여 71조원(연 14조2000억원)을, 각종 세금 감면을 줄여 48조원(연 9조6000억원) 등 모두 135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인수위는 전체 재원 규모를 확정 발표하지 않았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세부대책은 공개했다. 우선 재원 마련을 위한 재정 개혁에 나서기로 하고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매년 예산을 짤 때는 원점에서 타당성을 검토해 최소한의 필요한 예산만 짜는 ‘제로베이스 예산편성’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추진할 기구로 ‘재정구조개편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할 방침이다.

또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해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론 사후 평가 절차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했다. 비과세·감면 축소와 관련, 박 당선인이 대선 때부터 강조했던 대로 일몰법안은 시한이 도래하면 원칙대로 끝내기로 했다.

박 당선인이 약속했던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형태로 추진할 계획이다. 류성걸 간사는 “지하경제 규모는 적게는 국내총생산(GDP)의 15%, 많게는 21%로 추계하고 있다”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 금융거래 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논의도 공개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합리적인 세부담 수준을 결정하기 위해 올해 중 조세개혁추진위원회와 국민대타협위원회 논의를 거쳐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과세 형평성과 조세정의를 위해 각종 금융소득과세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을 현재 연간 금융소득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추고, 주식양도차익 과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를 늘릴 방침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