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에 파고든 교사 이적단체 첫 적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들로 구성된 이적단체가 검찰에 처음 적발돼 교사 4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그동안 전교조 교사들의 개별적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은 있었지만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된 이적단체가 적발된 것은 처음”이라며 “성인뿐 아니라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왜곡된 사상을 주입하는 등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친북 사상 전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안2부(부장검사 이정회)는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출신 박모씨(52·여) 등 전교조 소속 교사 4명을 이적단체 ‘변혁의 새시대를 열어가는 교육운동 전국준비위원회’(새시대교육운동)를 구성해 이적활동을 한 혐의(국보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새시대교육운동은 서울 등 13개 지역의 대표·운영위 등 전국적 조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단체로 현재 180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2008년 1월 초 경북 영주에서 새시대교육운동을 결성하고, 이듬해 5월까지 예비교사 및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하는 강의를 두 차례 진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선의 력사’ 등 북한 원전을 소지하고,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발췌해 교육안을 작성하는 등 이적표현물을 제작·반포·소지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히 비판 능력이 부족하고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주한 미군 철수나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가르쳐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단체가 2005년 주최한 ‘어린이민족통일대행진단’ 행사에 참가한 한 학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군이 나쁘다는 것을 배웠다. 미군을 쏴 죽이자는 노래는 나의 마음과 같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피고인 중 한 명인 초등학교 교사 최모씨(41)는 김정일의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투쟁 신념인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자’라는 문구를 급훈이라며 교실 벽에 걸어두기도 했다.

○전교조 집행부 장악 시도도

검찰은 이들이 비공개·비합법 단체이면서도 합법 활동으로 위장해 전교조 집행부를 장악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박씨 외 3명도 전교조 인천지부 통일위원장, 통일위원회 교육선전국장 출신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이들은 각종 문건과 이메일에 ‘전남의 ㅈ’ ‘인천의 ㄱ’ 등으로 표기해 조직원 신원을 숨겼으며 사상 학습자료 등을 보낼 때는 ‘공개+유출 금지, 메일 발송 삼가’ 등 문구를 기재해 기밀을 유지했다. 이들은 전교조 교육 교류를 명분으로 적게는 4차례, 많게는 26차례 방북하고 선군정치를 찬양하는 북한 간부의 연설문 등을 입수해 배포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2009년부터 이 단체에 대해 내사해오다 지난해 말 이들의 혐의를 확정하고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해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새시대교육운동은 전교조 내부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수많은 의견그룹 가운데 하나”라며 “이런 모임을 두고 전교조 교사가 주축이 된 이적단체를 적발했다고 하는 것은 조작에 가깝다”고 반발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