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토리우스 변호인 "계획적 살해 증거 없어"
검찰 "보석으로 풀려나야 할 예외적 상황 증명 못 해"
"주무 수사관 보타, 살인미수 혐의로 5월에 법정 출석"


여자 친구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에 대한 구속적부심 공판이 21일(현지시간) 수도 프리토리아 법원에서 3일째 열려 검찰과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피스토리우스 측 변호인 배리 루는 이날 피스토리우스가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이 아닌 만큼 그가 보석으로 풀려나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해리 넬 검사는 피스토리우스에게 보석이 허락돼야 하는 예외적인 상황을 피고인측이 입증하지 못한 만큼 보석으로 석방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고 뉴스통신 사파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공판을 주재하는 데스먼드 나이르 판사는 22일 심리를 다시 열기로 했다.

먼저 루 변호인은 그동안 이 사건 주무 수사관 힐튼 보타를 상대로 한 교차 심문 등을 통해서 피스토리우스가 여자 친구인 리바 스틴캄프(29)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는 증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스토리우스와 스틴캄프가 다퉜다는 증언은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루 변호인은 피스토리우스와 스틴캄프가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였던 만큼 살해할 동기가 없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보타 수사관 등 경찰이 보호용 신발을 신지 않은 채 현장을 누비는 등 경찰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넬 검사는 지난 13일 밤 14일 오전 사이에 피스토리우스와 스틴캄프 사이에 말다툼이 있었으며 이 때문에 스틴캄프가 화장실로 피해 안에서 문을 잠근 것이라고 주장했다
넬 검사는 이번 사건이 방어 능력이 없는 여인을 살해한 것이며 피스토리우스가 자신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총격을 가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스토리우스가 외국에 집과 은행계좌가 있는 만큼 보석으로 풀려나면 외국으로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 측의 루 변호인은 피스토리우스가 외국에 집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이날 공판 재개에 앞서 이 사건 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보타 형사가 살인미수 혐의로 오는 5월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경찰 신뢰도에 다시 타격을 가했다.

보타 수사관은 지난 2011년 12월 동료 2명의 경찰관과 함께 공무용 승용차를 몰고 가면서 7명의 승객을 태운 미니버스에 총격을 가해 살인미수 혐의로 고발됐다는 것이다.

당시 보타 수사관 등은 음주한 상태에서 미니버스에 총탄을 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고 EWN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당초 이 사건은 기각됐으나 검찰에 의해 다시 기소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보타 형사는 자신은 음주한 게 아니며 당시 살인 사건 용의자가 탄 미니버스를 쫓다가 그 버스가 자신의 승용차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이에 대응해 총을 쏜 것이라고 해명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전날과 달리 이날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20일에는 계속해 눈물을 흘렸다.

피스토리우스는 밸런타인데이인 지난 14일 프리토리아 동부 자택에서 스틴캄프에게 4발의 총탄을 쏴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민철 특파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