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가 엊그제 국회 청문회에서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 기간을 늘려야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판·검사 출신을 포함한 퇴직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전관예우 커넥션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로펌 출신인 정 총리 후보자 스스로도 후배 검사에게 전화를 넣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후보자 본인부터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취업제한뿐만 아니라 현역으로 유턴하는 문제까지 망라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하는 이유다.

전관예우 문제는 하루이틀 된 게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폐해가 너무 극심하다.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 취업한 전직들이 현직 후배들에게 비리 인사와의 회동을 주선하거나 일감을 대놓고 청탁하는 것은 이미 예삿일이다. 은밀하게 봉투가 오고갈 것이란 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법조계에선 전관들이 현역들의 인사까지 좌지우지해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는 소리가 나온다. 선배를 무시한다는 식의 반응만으로도 공직생활을 못할 지경이라는 게 현직들의 하소연이다.

더욱이 고위급 전관들은 고액 연봉을 즐기며 신분을 세탁한 뒤 개각 때마다 줄줄이 장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한다. 로펌에 취업한 전관 중에는 월 수천만원은 보통이고, 월 1억원을 넘는 고액 연봉자도 많다. 일감을 따오면 수임료의 15%를 주는 관행 덕분이다. 이러니 전직 관료들은 꾸역꾸역 로펌으로 몰려들고, 현역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며 전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다.

이런 거대한 검은 커넥션이 확산될수록 공직 기강은 허물어지고 사회는 점점 불공정하게 돌아간다는 평가를 듣게 된다. 판·검사도 그렇지만 국세청 공정위 같은 힘센 부처도 다를 것이 없다. 서기관이나 사무관까지 공직자 윤리법의 취업제한을 고려하는 정도다. 국민의 위화감은 커지고 로펌 출신 장관들로 채워진 정부는 신뢰를 잃어간다. 이제 사슬을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