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최악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출발하게 됐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데 이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거센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 간에 신뢰를 쌓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관계 정상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를 위해 남북 간 대화를 강조하고 북한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그럼에도 북한은 추가 핵실험 강행이라는 도발카드로 답했다. 핵무기 운반체로 활용되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고, 곧이어 추가 핵실험에 나서면서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남북 간 경색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남북관계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남북관계는 새 정부의 임기 1~2년에 가장 큰 추진력을 갖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출범한 만큼 강경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남한의 새 정부에 대해 길들이기 차원에서 추가 도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에서와 같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불용’ 의지를 밝혀온 만큼 국제사회의 제재행보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새 정부의 외교안보진용에 국방부 출신 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안보 중시’ 기조를 분명히 했다.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될 국가안보실 실장에 국방통인 김장수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를 임명했다. 외교·국방장관에도 원칙론자인 윤병세·김병관 후보자를 내세웠다.

동시에 통일장관에는 합리적 보수로 분류되는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를 앉혔다.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