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골프를 잘 치는 64명이 모여 겨룬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 액센츄어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875만달러)은 강호들이 줄지어 탈락하는 이변의 속출이었다. 1, 2번 시드를 받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타이거 우즈(미국)가 64강전에서 동반 탈락한 데 이어 랭킹 3~6위인 루크 도널드(잉글랜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32강전에서 나란히 패해 일찌감치 짐을 챙겨 돌아갔다.

세계 랭킹 10위 버바 왓슨(미국·10위)만이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으나 그마저도 16강전에서 제이슨 데이(호주)에게 4&3(3홀 남기고 4홀 차)로 무릎을 꿇으면서 ‘톱10’ 가운데 단 한 명도 8강에 오르지 못하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마라나의 리츠칼튼GC(파72·7791야드)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지난해 챔피언 헌터 머핸(미국), 2010년 우승자 이언 풀터(영국), 데이, 맷 쿠차(미국) 등 4명이 살아남았다. ‘파이널 포(Final Four)’ 가운데 풀터가 11번 시드로 가장 높고, 쿠차는 21번, 머핸은 23번, 데이는 41번 시드다.

머핸은 16강전에서 마르틴 카이머(독일)를 5&4, 8강전에서 웹 심슨(미국)을 1홀 차로 물리쳤다. 지난해 결승에서 매킬로이를 꺾고 우승한 머핸은 2년 연속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매치플레이에서 2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우즈(2003~2004년)가 유일하다. 머핸은 지난해부터 총 10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준결승 상대는 2010년 우승자인 풀터다.

폴터는 지난해 1회전에서 배상문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라이더컵에서 4전 전승을 거두는 등 지난 4년간 전 세계에서 열린 매치플레이에서 19승3무2패를 기록할 정도로 매치플레이에 강하다. 그는 8강에서 2001년 우승자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를 3홀 차로 제압했고 16강전에서 팀 클라크를 5&3로 눌렀다.

또 다른 준결승전은 ‘장타자’ 데이와 ‘단타자’ 쿠차의 대결이다. 장타 랭킹 18위(평균 299.8야드)인 데이는 ‘파이널 포’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되지만 이날 16강전에서 마스터스 챔피언 왓슨을 물리친 데 이어 8강전에서 US오픈 챔피언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을 1홀 차로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타 랭킹 155위(평균 279.6야드)의 ‘짤순이’ 쿠차는 “이 코스가 장타자에게 유리하지만 난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평소 나보다 30~40야드 더 나가는 게리 우들랜드와 연습 라운드를 자주 해 그런 상황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쿠차는 8강에서 장타 랭킹 8위 로버트 개리거스(평균 303.7야드)를 3홀 차로 돌려세웠고, 16강전에서는 장타 랭킹 2위 니콜라 콜사츠(평균 307.2야드)에게 4&3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4위는 49만달러(약 5억3000만원), 3위는 60만달러(약 6억5000만원), 준우승자는 85만달러(약 9억2000만원), 우승자는 150만달러(약 16억2000만원)를 받는다.

1회전에서 랭킹 1위 매킬로이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셰인 로리(아일랜드)는 맥도웰과의 16강전에서 3홀 차로 패해 탈락했다. 32강전에 카를 페테르센(스웨덴)을 이긴 그는 64번 시드로 첫 16강에 진출한 선수가 됐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