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첫 사내대학 만든 강만수의 당부…"新고졸시대 열 최고의 금융전문가 돼라"
산업은행 서울 충정로지점에 근무하는 2년차 사원 전시영 씨(20)는 요즘 마음이 바쁘다. 지난달 처음으로 일선 영업점에 배치돼 일도 배워야 하는 데다 다음달 2일부터는 사내에 설치된 ‘KDB금융대학’의 1학년 학부생으로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정화여상을 졸업한 전씨는 “산은에 같이 입사한 고교 동기들과 함께 신청했다”며 “취업도 하고 대학까지 다니게 되자 부모님이 무척 기뻐하신다”고 말했다.

산은금융그룹은 지난 23일 경기 하남 미사리의 산은아카데미 캠퍼스에서 제1회 KDB금융대학 입학식을 열었다. 전씨 같은 고졸 신입사원 78명이 입학해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미사리 캠퍼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수업을 듣고 학점을 딴다. 온라인 수업과 과제도 병행한다. 금융권 최초의 사내대학인 KDB금융대학은 수업시간만 다를 뿐 당당한 4년제 정규대학이다. 학과는 ‘금융학과’ 하나다. 신입생들은 1학기에는 경제학개론 경영학개론 등 전공과목과 체육 국어 역사 철학 영어 중 1~2개 선택과목을 수강한다. 등록금은 회사가 부담한다.

KDB금융대학은 오롯이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노력의 산물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고교 졸업자들이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취직할 수 있게 길을 터서 ‘고졸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마이스터고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 것도 그였다.

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뒤엔 이런 주장을 행동에 옮겼다. 2011년 90명, 작년 120명의 고졸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사내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그는 고졸 채용을 확산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1등급 국민훈장인 무궁화장을 받았다.

강 회장은 이날 입학식에서 “SKY(서울·고려·연세)대학 출신을 뛰어넘는 최고의 금융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눈길 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뒷사람에게 길이 된다’는 시구를 인용하며 “제1회 신입생으로서 신고졸시대를 열어간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열정·도전·혁신의 정신으로 공부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