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靑으로 돌아가…삼성동 주민대표들 암수 진돗개 2마리 선물
주민들 500여명 골목서 배웅 "큰 박수 받고 돌아오세요"

"따뜻한 이웃이 돼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더 큰 책임을 하기 위해 떠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한 25일 오전 10시3분 지난 90년부터 23년간 살아온 강남구 삼성동 사저를 나섰다.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이곳 정든 사저를 떠나 청와대에 머물러야 한다.

33년 3개월 전에 떠난 청와대를 '대통령'의 자격이 돼 다시 찾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60여일의 대통령 당선인 시절에도 줄곧 사저에서 머물며 '박근혜 정부'의 청사진를 그리는 동시에 조각·청와대 인선을 구상하는 등 삼성동 사저에 애착을 보여왔다.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사저를 나선 박 대통령은 자신의 청와대행(行)을 배웅하러 온 이웃 주민 500여명에게 환한 얼굴로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이웃사촌'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사저에서 나서자마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주민 대표들과 선 채로 잠시 환담했다.

특히 이들 주민 대표는 박 대통령을 위해 암수 각 한 마리의 진돗개 강아지를 선물했다.

주민 대표로는 신연희 강남구청장과 주민대표인 문현상·박금자씨 부부, 박 대통령 사저 인근 삼릉초등학교의 이승환 교장, 학생 대표인 이윤승 군과 이지원 양 등 7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학생 대표로부터 진돗개를 받아들면서 "강아지 예쁘게 생겼네"라며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가서 아주 건강하게 잘 키우겠습니다"며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불편한 점도 많았을 텐데 이해해 주시고 따뜻한 이웃이 돼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응원해주시고 힘을 주신 덕에 더 큰 책임을 하기 위해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고마운 여러분의 마음을 간직하고 좋은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밝은 얼굴을 다시 뵙기를 고대하면서 그때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 대표들은 "큰 박수 받고 돌아오세요", "건강하세요"라고 화답했고, 박 대통령은 다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주민들의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며 이웃들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박 대통령은 '희망나무'로 이름 붙여진 소나무 앞에서 주민 대표들과 기념 촬영을 한 뒤 제18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기 위해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희망나무'는 박 대통령이 사저 인근 삼릉초등학교에 기증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사저 앞 골목길 양 옆에는 주민 500여명이 떠나는 박 대통령을 배웅하기 위해 일찌감치 나와 기다렸고, 강남구 주민 일동이 마련한 '제18대 박근혜 대통령님 취임 경축' 현수막도 걸렸다.

꽃다발을 받아든 박 대통령은 30여m의 거리를 지그재그식으로 이동하면서 길 양 옆에서 손 태극기를 흔드는 주민과 인사했다.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잘 다녀오세요"라며 박수와 함께 떠나는 '이웃사촌' 박 대통령을 배웅했고, 박 대통령은 밝은 표정으로 "고맙습니다"는 말을 거듭했다.

박 대통령은 사저에 나선지 5분 뒤인 10시 8분 청와대에서 나온 벤츠 S클래스 방탄 차량에 몸을 실었다.

대통령 공식 차량은 이날 오전 9시50분 박 대통령의 사저 앞에 도착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사저를 나서기 20분 전에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이 사저에 들어가 취임식 준비 상황 등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박 대통령은 엄중한 경호 속에 첫 행선지인 동작구 현충원을 찾았다.

박 대통령은 정부 대표와 현충원 안장 유가족 대표, 국가 유공자 대표 등 35명과 함께 현충탑에서 분향했다.

박 대통령과 함께 분향한 인사 중에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방명록에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김연정 기자 kbeomh@yna.co.kr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