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2004년 이후 8년 만에 워크아웃을 다시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자 중견 건설업체들의 부도 공포가 커지고 있다.

만약 쌍용건설이 최종 부도처리가 되면 연쇄도산까지 나타날 수 있어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13개 종목 중 절반 이상이 건설주에 집중돼 있다.

증시 퇴출 우려까지 겹쳐 올해 법정관리 신청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유가시장 관리종목 절반이 건설株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13개 종목 중 무려 7개가 건설주에 해당했다.

거래소는 실적 악화로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상장폐지가 우려되는 종목들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알리고 있다.

해당 종목은 한일건설, 신일건업, 남광토건, 삼환기업, 벽산건설, 범양건영, 동양건설이다.

실제로 증시에서 부실 건설사가 퇴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져 건설업 전체적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실적 부진으로 자본잠식 상황에 빠진 건설사들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곳은 두산건설, 쌍용건설, 금호산업, 삼호, 신원종합개발, 한일건설 등 6곳이다.

이중 쌍용건설, 한일건설은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 부채로 버티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미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도 있다.

벽산건설, 남광토건, 범양건영 등이다.

금호산업은 IFRS 별도 기준으로 작년 매출액 잠정치가 1조4천996억원에 그쳐 전년(1조6천878억원)보다 11% 이상 줄었다.

영업손실은 1천5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순이익은 3천750억원 적자였다.

이 회사의 작년 말 기준 자본잠식비율은 무려 97.4%에 달했다.

두산건설은 IFRS 연결 기준 작년 매출액 잠정치가 2조3천772억원으로 전년(2조7천833억원) 대비 14.6% 줄어들고 영업손실은 4천491억원으로 적자가 확대됐다.

작년 말 자본잠식비율은 31.0%였다.

또 삼호의 IFRS 별도 기준 작년 매출액 잠정치는 5천62억원으로 전년보다 1.91% 감소하고 자본잠식비율이 43.3%였으며 작년 2천9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한일건설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 이달 중순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교보증권 조주형 연구원은 "이번 달 발표된 중견 건설업체들의 4분기 실적 악화와 부실한 채무구조, 아파트 가격하락 등이 건설업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건설사 증시 퇴출 도미노 우려 고조
작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건설사는 중견사가 대부분이지만 올해 들어 쌍용건설과 금호산업 등 시공능력 상위권 건설사로 확산돼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의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중단 등으로 실적이 크게 저하된 탓이다.

또 신규 계약이 줄어들고 저가 공사 수주로 수익성이 악화돼 금융기관의 대출금 회수, 공사 미수금 증가 등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자본잠식에 빠지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본잠식 상태를 빨리 털어내지 못하면 증시에서 건설주들의 퇴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변성진 연구원은 "쌍용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위기가 커진 상황에서 실제 법정관리까지 간다면 중소형 건설사들은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부동산규제 완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경우 건설경기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세계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하이투자증권 노기영 연구원은 "새 정부가 부동산규제 완화정책을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보다 좀 더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건설업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지만 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김다정 기자 kaka@yna.co.krdj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