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5일 서울 논현동 사저 근처의 한 식당에서 함석헌 시인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를 낭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이곳에 들러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그동안 함께 일했던 전 국회의원, 청와대 수석비서관, 특보 40여 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소 가지고 다니던 수첩을 꺼내 시를 담담히 읽었다. 자리에 참석한 어느 누구도 '무슨 뜻이냐'고 묻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는 함석헌 전집 20권 중 6번째 시집 '수평선 너머'에 수록된 시. 역사학자, 민권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는 함석헌의 우정에 관한 대표적 서정시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동안 맺은 인연들에 대한 소중함, 아쉬움 등을 이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이 전 대통령은 일반 시민으로 돌아갔다. 전날 이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논현동 사저로 돌아와 주민들에게 "미력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인류 미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면 조용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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