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코레일이 초강수의 승부수를 던졌다.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최대주주인 코레일이 26일 ‘자본금 증자’와 ‘삼성 등 민간출자사 영입’ 카드를 내놔 파산 위기에 직면한 용산 개발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코레일의 이번 조치는 사업 무산에 따른 손해와 주민 반발 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행사가 파산할 경우 코레일은 이미 받은 용산철도정비창 땅값 2조4000여억원과 반환 이자 등을 합쳐 3조원가량을 돌려줘야 한다. 민간 출자사들의 드림허브 자본금 납입금(7500억원) 반환 소송 등 1조원 이상의 줄소송도 코레일에는 부담이다. 삼성물산은 “코레일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으면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민간출자사 영입 마지막 승부수

코레일은 사업 시행사 드림허브의 자본금을 현재 1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긴 ‘사업협약서 변경안’을 28일 드림허브 이사회에 올릴 예정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코레일은 드림허브에서 받을 땅값 가운데 완공 시점에 받을 5조3000억원 중 2조6000억원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드림허브는 부채(땅값)를 5조3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고 4860억원가량의 이자 비용이 절약된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코레일이 2조6000억원을 출자하면 나머지 1조4000억원은 삼성물산 등 민간출자사들이 출자하는 것이다. 이 돈은 랜드마크 빌딩의 공사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다른 민간출자사의 추가 자금 투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시공권을 가진 삼성물산에 시공비 미수금의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개발 사업권을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코레일은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삼성물산 등 민간 출자사들에 개발사업권을 맡기고 자금관리 등 사업 관리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 참여 여부·기존 출자사 변수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주관사로 선정된 삼성물산은 3년여 만인 2010년 주관사 지위를 반납하고 사실상 사업에서 손을 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지급보증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보다 부동산 경기가 더 악화된 상황에서 삼성이 코레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용산 사업은 2010년 사업계획서 마련 때 대규모 적자가 예상됐다”며 “부동산시장 침체 상황에서 1조4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하는 사안인 만큼 당장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출자사들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증자안이 실현될 경우 드림허브 1, 2대 주주는 코레일(25%)과 롯데관광개발(15.1%)에서 코레일(57%)과 삼성물산을 포함한 삼성그룹(31%)으로 바뀐다. 롯데관광개발의 지분율은 3%로 크게 줄어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지분율이 1~2%로 떨어지는 KB자산운용과 푸르덴셜, 미래에셋자산운용 등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들이 기존 드림허브 자본금 출자 비율만큼 확보한 시공권을 새 사업협약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10명으로 구성된 드림허브 이사진은 코레일이 3명이며 나머지 7명은 민간 출자사(롯데관광(2명) 삼성물산 삼성SDS KB자산운용 미래에셋 푸르덴셜)가 맡고 있어 삼성을 제외한 민간 출자사가 반대할 경우 통과가 쉽지 않다.

김보형/조성근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