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인호 씨(사진)가 등단 50주년을 기념하는 문집 《최인호의 인생》(여백)을 펴냈다. 2008년 5월 침샘암 진단을 받은 후 암 투병 중에 써내려간 글을 모았다. 천주교 ‘서울 주보’에 5개월 동안 연재한 글로 1부, 고 김수환 추기경과 이태석 신부, 법정 스님과의 인연 등을 담은 9편의 글로 2부를 꾸렸다.

그는 서울고 2학년 때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해 등단했다. 교복을 입고 시상식장에 나와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던 그는 군대 시절인 1967년 ‘견습 환자’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왜곡되는 개인의 삶을 조명하며 주목받았고 2000년대 들어서는 《상도》《해신》《유림》 등의 대하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세계를 넓혔다.

하지만 2008년의 암 진단은 그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2005년 “더 이상 대하소설을 쓰지 않겠다”며 현대소설로의 ‘복귀’를 선언한 그는 암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투병 생활에 들어갔다.

이번 문집에서는 암 투병 속에서 깨달은 인생의 이치를 풀어놓는다. 처음엔 암을 자신의 죄 때문에 생긴 ‘주홍글씨’로 생각했지만 이제는 ‘고통의 축제’로 여긴다는 것. 고통을 통해 ‘나의 기쁨은 누군가의 슬픔에 빚을 지고 있으며, 나의 아픔으로 인해 누군가의 건강이 회복되리라’는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