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은 싱겁게 끝났다. 야당이 부적격이라고 몰아세웠던 것과는 달리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며 통과된 것이다.

72.4%라는 높은 찬성률은 ‘발목잡기’란 비난에 부담을 느낀 야당이 자유투표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김용준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정 후보자마저 국회벽을 넘지 못할 경우 새 정부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시살상 통과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역풍을 우려한 야당 참석자(113명)의 절반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찬성률은 72.4%로, 이전 이명박 노무현 김대중 정부의 초대 총리 찬성률보다 높았다. 김영삼 정부의 황인성 총리는 97.4%(193명 중 188표),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총리는 67.1%(255명 중 171표), 노무현 정부의 고건 총리는 66.3%(246명 중 163표),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총리는 64.4%(270명 중 174표)의 찬성률을 기록했다. 황인성 총리의 경우 야당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거대 여당이 단독으로 표결한 것이었다.

물론 야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에 부정적 평가를 담는 명분을 쌓았다. 이날 여야 합의로 채택한 정 총리 인사청문 보고서에는 “(정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추천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여러 의혹과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 후보자 추천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의문”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업무를 시작한 정 총리는 취임 초기 ‘복지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주요 국정 과제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경제정책은 신설된 경제부총리가 주도하지만, 복지정책은 총리실이 주도하게 된다. 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사회보장위원회’가 복지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은 이날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는 등 나머지 국무위원 후보자 인준을 둘러싸고 여전히 여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벌써부터 야당에선 3명 이상은 낙마시킬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었으나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 당초 국방위 여야 간사는 3월6일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김 후보자의 무기중개업체 고문 경력 등을 문제 삼아 ‘청문회 불가’를 주장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