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세종청사 사실상 '개점 휴업'…과장 1명이 '물가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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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국정 파행 - 박근혜노믹스 '컨트롤타워' 경제부총리 공백 장기화
차관보·국장은 청와대·청문회 준비 차출
신설 미래·해양·산자부, 인수인계 '막막'
차관보·국장은 청와대·청문회 준비 차출
신설 미래·해양·산자부, 인수인계 '막막'
“경제부총리 임명이라는 첫 단추가 채워져야 하는데 큰일입니다.”(기획재정부 간부)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경기 활성화와 가계부채 해소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주요 정책을 생산해야 할 장관급 협의 채널이 실종되면서 관가는 적잖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인사만 쳐다보는 관가
경제부총리 인사청문회 일정이 표류하면서 후속 인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간부들의 청와대 비서실 차출이 늘어나면서 세종시에 있는 재정부는 말 그대로 개점휴업 상태다. 물가관리를 총괄하는 정책 결정 라인에는 과장 한 명만 남았다. 1급 차관보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고 담당국장은 부총리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차출됐다. 그나마 남아 있는 과장도 청와대 파견을 앞두고 있다.
예산실과 정책조정국, 재정관리국 등 다른 실·국도 국장 과장을 가리지 않고 청와대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경제수석실뿐만 아니라 국정기획수석실 등 다른 수석실에서도 인력 요청이 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차출뿐만 아니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많은 간부가 서울에 상주하면서 세종시의 업무 공백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빨리 인사를 해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푸념했다.
◆신설 부처 예산 이동도 문제
정부 조직 개편이 늦춰지면서 새로 출범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담당할 사업의 예산 이체와 집행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해수부는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미래부는 교육과학부와 지식경제부 등의 사업을 넘겨받는데 조직 개편과 부서 이동이 이뤄지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예산실 관계자는 “사업이 두 부처에 걸쳐 있을 경우 자금의 배정과 집행을 놓고 논란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김동연 제2차관 주재로 긴급 재정 집행 점검회의를 열고 부처별로 재정 조기 투입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예산실 관계자는 “1월과 2월에는 목표한 숫자를 맞출 수 있겠지만 내각의 정상적인 출범이 늦춰지면서 3월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체 예산의 45%인 134조원을 1분기에 배정하기로 했다. ◆국무회의부터 파행
재정부는 2008년 2월27일 이명박 정부의 첫 국무회의에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보고했다. 유류비와 통신비 등 서민생활비 경감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26일로 예정됐던 첫 국무회의를 취소했다. 국무회의는 주요 정책과 법률 및 대통령령 안을 다루는 국정의 최고 심의·의결기구. 하지만 박 대통령을 제외하곤 새 정부 인사가 한 명도 없는 상태로 첫 국무회의를 여는 건 모양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회의를 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다음주 국무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이 어떤 안건을 논의할지도 불확실하다.
더 큰 문제는 경제부총리와 미래부, 산자부 등 경제팀 핵심 멤버들의 부재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래부와 산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 일정은커녕 이를 담당할 국회 상임위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국무조정실장 등 경제 관련 부처의 장관급 후속 인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정부의 한 간부는 “경제장관회의를 부활한다고 해도 참석 멤버가 정해지고 내실 있는 협의채널로 자리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글로벌 환율전쟁 등 외부 변수보다 경제팀 구성의 불확실성이 위기감을 키운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