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1기 경제팀 출범이 늦어지면서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대응이 차질을 빚고 있다. 물가관리는 물론 국회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입법 대응 등 곳곳에서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2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세종청사에 입주한 기획재정부에서 물가관리를 총괄하는 결재 라인은 과장 한 명뿐이다. 주형환 차관보는 청와대 경제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장급인 민생경제정책관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청문회 준비에 차출됐다. 이에 따라 내달 11일 열릴 예정인 물가구조 개편을 위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 회의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수조원의 재정을 추가 투입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등 국회의 무책임한 입법을 제지하는 데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에 들어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담을 절반에서 20%로 낮추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 내 사령탑 부재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 와중에 현 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표류하면서 경제팀 수장 공백 상태는 최소 2주 이상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상 상임위는 접수 15일 이내인 내달 6일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민주통합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경제부총리 청문회 일정 합의를 미루고 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부가 부총리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 둔갑시켰다”며 “인사청문 요청을 다시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 인사청문 요청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다시 요청할 경우 인사청문회 시한은 3월 중순 이후로 넘어간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는 부총리나 장관이 아니라 국무위원 자격으로 요청한 것”이라며 “법적 하자가 없는데도 야당이 정략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 내 경제정책 수립을 위한 각종 회의체 가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다. 물가관계장관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은 최소 2주 이상 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령에 법적 근거가 있는 위기관리회의도 지난 7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경기 대응을 위한 경제활력회의도 지난달이 마지막이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