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에 있는 회사 근처에서 혼자 사는 이모씨(25)는 지난달부터 퇴근길 발걸음이 한층 가뿐해졌다. 남자친구가 만난 지 100일을 기념해 가정용 보안상품에 가입해 준 덕분이다. 이씨는 “저녁 늦게 혼자 컴컴한 집에 들어갈 때 무서웠는데 이제 버스에서 내리면서 스마트폰으로 미리 집에 불을 켜둘 수 있다”고 좋아했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맞벌이 주부 정모씨(37)도 얼마 전 월 3만원대 가정용 보안상품에 가입했다. 정씨는 “가격이 생각했던 것보다 싸서 바로 가입했다”며 “매일 아침 두 아이를 집에 두고 직장에 나갈 때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보안상품에 가입하고 나니 한시름 놓인다”고 말했다.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가정용 보안상품이 대중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안업체들이 실용적인 기능의 제품을 경쟁적으로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싱글족과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가정용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 특히 회사와 상가 등 상업용 시장이 포화상태여서 가정용 시장을 둘러싼 업계의 가격 및 신제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에스원이 가정용 보안제품으로 업계 최초 선보인 ‘세콤홈즈’는 출시 1년여 만에 1만개 넘게 팔렸다. 하루 평균 30여명이 신규 가입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휠씬 반응이 좋다”며 “오는 5월께 신제품 ‘세콤홈즈2’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ADT캡스도 지난해 9월 ‘ADT캄’을 내놓고 가정용 시장에 진출, 4개월여 만에 1000가구(일부 사업장 포함)의 고객을 유치했다.

KT텔레캅도 이 같은 선발 업체들의 활약에 자극받아 이달 초 ‘홈가드’를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KT텔레캅 관계자는 “가정용 제품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3월부터 프로모션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국 가정 1700만여가구 가운데 잠재 고객이 약 800만가구에 달한다”며 “이제 막 시작 단계여서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장밋빛 전망은 늘어나는 범죄 발생 건수의 영향이 크다. 경찰청이 2011년 발표한 ‘경찰백서’를 보면 빈집털이는 2010년 3만7417건으로 2006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주택별로는 아파트 및 연립 다세대주택이 37%, 단독주택이 40% 늘어났다.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상업용 시장 성장이 주춤한 가운데 가정용 시장이 보안업계에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2인 가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팽배하기 때문에 가정용 보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제품마다 구성이 달라 정밀 감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보안상품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 가정용 보안시스템

가정에 설치해 둔 센서로 외부 침입을 실시간 감지해 알려주는 제품이다. 침입 시 자동으로 경고 방송 또는 사이렌을 울리며 침입 사실을 스마트폰으로도 알려준다. 긴급출동서비스도 가능하다. 가스밸브 제어나 화재이상 통보, 대기전력차단, 원격전등 제어 등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가격은 월 기준 세콤홈즈가 3만5000원, ADT캄 5만9000원, 홈가드 1만5000원.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