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2007년 지분쪼개기 업자로부터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변에 지어진 원룸을 샀다가 경매로 날릴 처지가 됐다. 은행 대출 9600만원을 끼고 2억원에 매입한 서울 청파동2가 점포(27.3㎡)는 속칭 ‘지분쪼개기용 물건’이었다.

문제는 2008년 입주하자마자부터 발생했다. 용산구청이 철거명령을 내렸고, 철거를 하지 않자 6개월 단위로 150만원이나 되는 이행강제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이들 건물은 대부분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주거용 원룸’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철거명령이 내려지자 세입자를 구할 수도 없었다. 결국 은행 대출금에 대한 이자(월 40만원 안팎)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자가 석 달 이상 연체되자 은행은 점포를 경매에 부쳤다. 현재 최저 매각가격이 감정가격의 51%인 6100만원 수준까지 떨어져 김씨는 투자자금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다.

◆경매 단골된 지분쪼개기 물건

최근 용산국제업무지구 주변의 지분쪼개기 물건들이 대거 경매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26일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현재 용산구에서 15건의 지분쪼개기 물건이 경매되고 있다. 부동산태인 관계자는 “매달 10건 안팎의 지분쪼개기 물건이 경매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1년 전부터 경매시장의 단골손님이 됐다”고 말했다.

경매로 나오는 것은 대부분 청파동 서계동 후암동 용산동 등에 있는 물건들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후광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지역에선 2006년 말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지분쪼개기가 극성을 부린 바 있다.

경매물건은 대부분 건축허가는 근린생활시설(근생)로 받았지만 실제로는 원룸으로 사용되고 있다. 용산 일대에서는 이들 건물의 원룸이 대부분 ‘지분쪼개기용’으로 팔렸다. 가구당 1대꼴로 주차장을 마련해야 하는 다세대 주택보다 주차장 설치 부담이 적어 지분쪼개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서다. 그러나 인허가를 받고 나선 원룸으로 건축한 뒤 주거 세입자를 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함께 매매가격의 50% 수준까지 대출을 끼고 있는 사례도 많다. 낙찰은 감정가격의 50% 이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투자할 땐 신중해야

경매 전문가들은 이들 지분 쪼개기 물건에 투자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당초 허가받은 용도로 바꾸지 않으면 구청으로부터 계속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용산구는 해당 건물금액(시가표준액)의 10% 범위 내에서 위반내용에 따라 이행강제금을 매기고 있다. 33㎡를 기준으로 150만원가량이다. 용산구는 작년 1259건에 18억2326만6000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2010년에는 2883건에 39억여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용도를 원래대로 바꾼다고 해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 주거지역에 들어선 소형상가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재개발될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분쪼개기가 심했던 곳들은 대부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다. 서울시가 신규 구역지정에 소극적이어서 주민 기대와 달리 앞으로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낮다. 재개발된다고 해도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 지분 쪼개기

재개발구역에서 새로 지어질 아파트 입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낡은 단독주택을 헐고 소형상가(근린생활시설, 바닥 총면적 1000㎡ 미만) 건물이나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을 말한다.

조성근/김보형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