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거래소 '퇴출 규정'…실적 공시는 연결, 상폐는 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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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제도에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부터 상장사의 연결 기준 재무제표 사용이 의무화된 가운데 영업적자 관련 상장폐지 기준은 여전히 별도 재무제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 기준에 따라 부실기업이 우량기업으로 둔갑하거나 반대로 흑자 경영기업도 퇴출 대상으로 이름을 올려 투자자에게 외면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의 '자동 퇴출' 규정이 처음으로 적용된다.
거래소는 지난 2008년 도입한 증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5년 연속 영업적자 기업은 상장폐지한다는 규정을 신설, 적용해왔다.
문제는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의무적용에도 관리종목 지정 및 5년 연속 영업적자 기업의 상폐 조건은 개별 기준(매출액·영업이익)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기업 등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2년간(2011~2012회계연도) 개별재무제표 기준 분·반기보고서 작성·공시가 허용됐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2013회계연도 1분기부터는 모든 상장사들이 K-IFRS 연결 재무제표 의무적용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알리는 실적 발표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인데 반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 등은 개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적자기업 알고보면 이미 흑자전환…"해외 자회사 이익 반영 안돼"
실제 3년 연속 적자로 관리종목 후보군에 오른 기업 중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곳들이 있다.
에스에이티의 경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 2010년 9억100만원, 2011년 21억1700만원으로 이미 흑자전환했다. 또 유아이엘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 2009년 영업이익이 35억8500만원으로 애초에 3년 연속 적자기업 대상이 아니다.
한 코스닥 중소형사 임원은 "국내 IT부품업체의 사업구조 상 제품의 개발과 영업 등 비용 부담이 큰 사업은 본사에서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조·생산을 맡아서 하는 해외 자회사는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데 본사 실적만으로 부실기업처럼 평가받는 것은 불만"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현행 규정에 맞추기 위해 해외 자회사들의 호실적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빼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2011년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네패스신소재 동부라이텍 디브이에스 마이스코 서울옥션 아이리버 에스에이티 엠텍비젼 위다스 유아이엘 인터파크 인포뱅크 일경산업개발 젬백스 티모이앤엠 헤스본 현대통신 KJ프리텍 등 18개사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실적이 흑자전환 하지 못했을 경우 올해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제재를 받게 된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올해부터 연결 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준 실적도 여전히 관리를 해야 한다"며 "실무 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형사들에는 이 같은 이중 공시 업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기준 변경 시 모든 관리종목 '해제·재지정'…현행 유지 불가피
거래소는 신규 상장과 상장폐지 시에는 현행 개별 기준 실적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서는 해당 기업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지난해 관련 규정에 대한 내부 검토 결과 신규 상장과 상폐 요건은 개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모든 기업들이 연결 기준 실적만을 의무공시하게 된 가운데 상장과 관련된 중요한 잣대를 이전과 같이 유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질적인 기준이 변경되면 어제까지 관리종목이었던 기업이 갑자기 우량기업으로 바뀌거나 그 반대 경우가 생기는 등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현재 관리종목들을 모두 해제하고 다시 선정해야 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대표 기준인 실적 평가가 개별기준에서 연결기준으로 변경되면 기존 관리종목들이 전면적으로 해제되거나 상장 유지 및 폐지 기업이 갑자기 뒤바뀌는 경우들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코스닥 IT업체 공시 담당자는 "상장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뭐가 맞다 틀리다고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따르라는 조건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회계 기준에 따라 부실기업이 우량기업으로 둔갑하거나 반대로 흑자 경영기업도 퇴출 대상으로 이름을 올려 투자자에게 외면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의 '자동 퇴출' 규정이 처음으로 적용된다.
거래소는 지난 2008년 도입한 증시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5년 연속 영업적자 기업은 상장폐지한다는 규정을 신설, 적용해왔다.
문제는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의무적용에도 관리종목 지정 및 5년 연속 영업적자 기업의 상폐 조건은 개별 기준(매출액·영업이익)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 상장기업 등은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2년간(2011~2012회계연도) 개별재무제표 기준 분·반기보고서 작성·공시가 허용됐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2013회계연도 1분기부터는 모든 상장사들이 K-IFRS 연결 재무제표 의무적용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알리는 실적 발표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인데 반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 등은 개별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적자기업 알고보면 이미 흑자전환…"해외 자회사 이익 반영 안돼"
실제 3년 연속 적자로 관리종목 후보군에 오른 기업 중에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곳들이 있다.
에스에이티의 경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 2010년 9억100만원, 2011년 21억1700만원으로 이미 흑자전환했다. 또 유아이엘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 2009년 영업이익이 35억8500만원으로 애초에 3년 연속 적자기업 대상이 아니다.
한 코스닥 중소형사 임원은 "국내 IT부품업체의 사업구조 상 제품의 개발과 영업 등 비용 부담이 큰 사업은 본사에서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조·생산을 맡아서 하는 해외 자회사는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데 본사 실적만으로 부실기업처럼 평가받는 것은 불만"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현행 규정에 맞추기 위해 해외 자회사들의 호실적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빼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2011년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네패스신소재 동부라이텍 디브이에스 마이스코 서울옥션 아이리버 에스에이티 엠텍비젼 위다스 유아이엘 인터파크 인포뱅크 일경산업개발 젬백스 티모이앤엠 헤스본 현대통신 KJ프리텍 등 18개사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실적이 흑자전환 하지 못했을 경우 올해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제재를 받게 된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임원은 "올해부터 연결 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준 실적도 여전히 관리를 해야 한다"며 "실무 인력이 많지 않은 중소형사들에는 이 같은 이중 공시 업무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기준 변경 시 모든 관리종목 '해제·재지정'…현행 유지 불가피
거래소는 신규 상장과 상장폐지 시에는 현행 개별 기준 실적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과 관련해서는 해당 기업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지난해 관련 규정에 대한 내부 검토 결과 신규 상장과 상폐 요건은 개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모든 기업들이 연결 기준 실적만을 의무공시하게 된 가운데 상장과 관련된 중요한 잣대를 이전과 같이 유지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질적인 기준이 변경되면 어제까지 관리종목이었던 기업이 갑자기 우량기업으로 바뀌거나 그 반대 경우가 생기는 등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거래소 입장에서는 현재 관리종목들을 모두 해제하고 다시 선정해야 하는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대표 기준인 실적 평가가 개별기준에서 연결기준으로 변경되면 기존 관리종목들이 전면적으로 해제되거나 상장 유지 및 폐지 기업이 갑자기 뒤바뀌는 경우들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코스닥 IT업체 공시 담당자는 "상장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뭐가 맞다 틀리다고 요청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따르라는 조건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