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줄기세포치료제 시술 논란에 휩싸였던 알앤엘바이오의 라정찬 회장(50)이 “올 연말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라 회장은 27일 서울 낙성대동 알앤엘바이오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에 매진하기 위해 올 연말 줄기세포기술연구원장 직함만 남기고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2015년까지 이사회 의장직도 내려 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서울대 수의학과 동문인 강성근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를 대표로 영입했지만 그동안 경영사항을 본인이 직접 챙겨왔다. 그러나 앞으로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기고 본인은 2선으로 물러나 연구개발과 해외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라 회장은 이 같은 결정 배경에 대해 “줄기세포 시술 논란을 겪으면서 경영은 전문인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2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면 머릿기사로 ‘알앤엘바이오가 배양·보관한 줄기세포를 후쿠오카의 한 병원에서 한국인 환자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투여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원정 줄기세포 시술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알앤엘바이오는 미허가 줄기세포 치료를 해외에서 실시한다는 비난에 부딪혔고, 보건복지부 및 의료계 등과 갈등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알앤엘의 주가는 반토막났다.

라 회장은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규정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시술이 가능하지만 일본·중국 등지에서는 의사 판단에 따라 제한적으로 시술이 가능하다”며 “국내에선 허가를 받기 위해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2상을 진행 중이고 일본에서는 일본법대로 따르고 있다. 결코 법을 어긴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라 회장은 특히 "현재도 과학적 증거(논몬, 특허 등)가 많지만 과학적 증거가 없거나 부족한 것들은 의료진과 상담해서 시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찌됐든 국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시술을 해외 병원을 통해 진행했다는 점을 마땅찮게 여기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것 같다”며 “앞으로 의학적 증거 또는 연구 성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은 해외 시술 자체를 크게 줄이겠다”고 말했다.

라 회장은 또 국내에서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과 관련, “보건당국이나 의학계에서 인정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과학저널에 논문을 게재해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며 “식약청 허가를 받는 절차를 좀 더 빠르게 진행하는 한편 복지부, 줄기세포 학자, 환자 등이 참석해 토론할 수 있는 포럼이나 콘퍼런스에서 연구성과를 객관적으로 조명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숱한 논란이 계속되겠지만 줄기세포치료가 난치병 치료의 대안이 될 것은 분명하다”며 “회사 경영은 책임경영 체제로 가더라도 줄기세포 전문병원을 세계 각국에 설립하는 프로젝트에는 자문역(경영자문)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알앤엘바이오는 오는 4월 중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줄기세포 전문 재활치료병원의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정부로부터 하노이시 직업전문학교 부지(7000평 규모)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줄기세포 전문병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노이에 설립되는 병원은 척추손상, 치매, 중풍, 파킨슨병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줄기세포 재활병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특히 고엽제 환자나 중증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을 진행하게 된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