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채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해외 투자자로부터 매수 주문이 이어지면서 지표금리인 10년짜리 국채 수익률은 약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총선 영향으로 유럽 위기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로 바뀔 일본은행 총재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도 채권 금리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27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의 역할을 하는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연 0.670%까지 하락(국채가격은 상승)했다. 2003년 6월27일(연 0.660%) 이후 9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 정국이 불안해져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일본 국채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세키도 다카히로 도쿄미쓰비시UFJ은행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총선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이탈리아 총선이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도 채권 수요를 자극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적극적 금융완화론자로 알려진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신임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했다. 구로다 총재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의 동의를 거친 뒤 다음달 19일 공식 취임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차기 일본은행 총재가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일본 국채를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