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에 부쳐] (4) 도전·변화 수용시스템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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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정신 위에 科技토대 쌓고 큰 틀 원칙 속 유연한 자세 필요
선진사회 위해 여성문제 해결도
김혜숙 < 한국철학회장, 이화여대 교수·철학 hkim@ewha.ac.kr >
선진사회 위해 여성문제 해결도
김혜숙 < 한국철학회장, 이화여대 교수·철학 hkim@ewha.ac.kr >
새로 출발한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미래에 대한 설렘이 있고, 전임자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다짐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무도 걷지 않은 새벽 눈길에 홀로 발자국을 만들며 가야 하는 불안도 있다. 그 길에는 한번 발을 딛고 나면 다시는 지울 수 없는 자국들이 남는다.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 지저분한 자국이 남고 마는 길이기에 한 발 내딛는 일이 조심스럽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고 공학도이며, 근대화의 아버지이자 독재자라는 두 얼굴을 가진 전(前) 대통령의 딸이다. 새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이런 규정들은 굴레가 될 수도 있고 도약을 이룰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하기 나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학회 첫 여성회장으로서 우선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없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가장, 다수가 비정규직이고 저임노동자인 여성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 만연한 성적 폭력의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진정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인구의 반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잠재력을 사장시키고 어둠 속에 방치한 채 한 국가가 발전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우편향이 심해진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들로 하여금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여성대통령은 물론 여성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성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 또한 여성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여성문제의 해결은 국가 전체를 위한 것이고 선진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한국이 반드시 이뤄야 하는 숙제이다. 성공한 여성들은 때때로 자신의 여성성을 외면하고, 나아가 여성문제 자체에 눈 돌리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여성이어서 여성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며, 남성 지도자보다 그 때문에 열등하다는 비판을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첫 여성대통령의 정책입안이나 인사결정에서 성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미래는 저출산, 교육문제, 복지문제 등에서 나타나듯 여성에게 달려있다.
새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새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도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입국의 면모를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공학도답게 과학기술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거대 조직의 새로운 탄생에도 불구하고 5년 전 대형 토목사업에 대해 사람들이 가졌던 불안감 같은 것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자들은 불안하다. 과학기술 발전이란 것이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기관이 독려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발전 단계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려면 좀 더 깊은 시선이 필요하다. 지적 호기심과 자유로운 정신의 함양이 문화 안에 녹아 있어야 하고, 민주주의적 의사소통 방식이 집과 학교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 듀이는 오래 전에 과학과 민주주의의 불가분적 관계를 역설했다. 과학적 합리성에 바탕해서 결정돼야 하는 사항들이 권력자나 권력기관의 명령으로 좌지우지 된다면 과학기술의 진정한 발전은 이뤄질 수 없다. 조금 장기적이면서도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라봐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가 있다. 이에 한국철학회에서도 6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과학기술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섬세하게 작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가 전문화, 분업화돼 있는가 하면, 또 전문 분야들 간의 통합과 융합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시대를 대면하려면 정교하게 맞물린 정책이 필요하며 융통성 있고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원칙은 큰 틀에서 작동하면 된다. 어떤 변화와 도전도 감당해낼 건실한 문화바탕을 이루도록 새 정부가 노력한다면 5년 뒤 청와대를 나서는 발걸음이 오늘처럼 즐거울 수 있으리라 본다.
김혜숙 < 한국철학회장, 이화여대 교수·철학 hkim@ewha.ac.kr >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헌정사상 첫 여성대통령이고 공학도이며, 근대화의 아버지이자 독재자라는 두 얼굴을 가진 전(前) 대통령의 딸이다. 새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이런 규정들은 굴레가 될 수도 있고 도약을 이룰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이 모든 것이 하기 나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학회 첫 여성회장으로서 우선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없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가장, 다수가 비정규직이고 저임노동자인 여성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 만연한 성적 폭력의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진정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인구의 반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잠재력을 사장시키고 어둠 속에 방치한 채 한 국가가 발전할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우편향이 심해진 일본에 대한 경각심을 국민들로 하여금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여성대통령은 물론 여성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여성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일 또한 여성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여성문제의 해결은 국가 전체를 위한 것이고 선진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한국이 반드시 이뤄야 하는 숙제이다. 성공한 여성들은 때때로 자신의 여성성을 외면하고, 나아가 여성문제 자체에 눈 돌리기를 거부하기도 한다. 여성이어서 여성문제에 집중하는 것이며, 남성 지도자보다 그 때문에 열등하다는 비판을 받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첫 여성대통령의 정책입안이나 인사결정에서 성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한국의 미래는 저출산, 교육문제, 복지문제 등에서 나타나듯 여성에게 달려있다.
새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해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새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도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입국의 면모를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공학도답게 과학기술의 발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인다. 거대 조직의 새로운 탄생에도 불구하고 5년 전 대형 토목사업에 대해 사람들이 가졌던 불안감 같은 것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데에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문학자들은 불안하다. 과학기술 발전이란 것이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기관이 독려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발전 단계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려면 좀 더 깊은 시선이 필요하다. 지적 호기심과 자유로운 정신의 함양이 문화 안에 녹아 있어야 하고, 민주주의적 의사소통 방식이 집과 학교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 듀이는 오래 전에 과학과 민주주의의 불가분적 관계를 역설했다. 과학적 합리성에 바탕해서 결정돼야 하는 사항들이 권력자나 권력기관의 명령으로 좌지우지 된다면 과학기술의 진정한 발전은 이뤄질 수 없다. 조금 장기적이면서도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바라봐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가 있다. 이에 한국철학회에서도 6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과학기술에 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주제로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섬세하게 작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가 전문화, 분업화돼 있는가 하면, 또 전문 분야들 간의 통합과 융합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런 시대를 대면하려면 정교하게 맞물린 정책이 필요하며 융통성 있고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원칙은 큰 틀에서 작동하면 된다. 어떤 변화와 도전도 감당해낼 건실한 문화바탕을 이루도록 새 정부가 노력한다면 5년 뒤 청와대를 나서는 발걸음이 오늘처럼 즐거울 수 있으리라 본다.
김혜숙 < 한국철학회장, 이화여대 교수·철학 hkim@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