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선 앞두고 동성 커플 권익 증진에 무게

독일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동성 커플의 결혼 허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9월 총선을 앞두고 동성 커플의 권리를 신장하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 가운데 나온 여론조사 결과여서 주목된다.

독일 RTL 방송과 주간지 슈테른이 공동으로 벌인 국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4%가 동성 결혼을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독일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이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최근 독일 정치권에서는 동성 커플에게 이성 부부와 동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동성 커플의 입양을 금지하는 현행 법규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헌재는 앞서 지난해 8월 동성 커플에게 세제 혜택을 허용하지 않았던 과거 양도세 관련 법 조항을 "정당성이 없고 헌법을 위배했다"고 결정한 바 있다.

집권 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 일부 의원들이 동성 커플이 받는 소득세 상의 불이익을 없애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한 상태여서 헌재의 결정이 동성 커플의 권익 증대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동성 커플의 입양 금지를 규정한 현행 법규를 내년 7월까지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기민당과 연정내 보수당인 기독교사회당(CSU)의 다른 의원들은 동성 커플의 권리를 결혼한 부부와 같은 수준으로 인정하는 것은 가족과 결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독일은 2001년 8월부터 당국에 등록한 동성 커플을 `삶의 동반자'로 부르며 이들의 사실혼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들 동성 커플은 결혼이라는 용어를 쓸 수 없고 아이를 입양할 수 없다.

이밖에 배우자 사망 시 유산 상속 문제나 세금 절세 혜택 등에서 결혼한 이성 부부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당의 수뇌부는 이번 헌재의 결정을 계기로 동성 커플의 세제 관련 차별 철폐에 반대해왔던 당론을 포기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연합뉴스) 박창욱 특파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