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도 끝이 보인다. 점점 날씨가 풀리면서 가뿐한 마음으로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요즘은 무엇보다 ‘해빙기 안전 산행’이 중요한 때다. ‘괜찮겠지’하고 무턱대고 산에 올랐다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날씨가 따듯해졌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이맘때 산에 오르면 아직 눈과 얼음이 남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그늘진 곳이나 낙엽이 쌓여 있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낙상사고를 조사한 결과 혹한기인 12월, 1월보다 해빙기인 2월, 3월에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반이 약해진 해빙기엔 바위가 굴러떨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계곡이나 바위 능선 부근은 피하고 등산코스를 가급적 짧게 짜는 게 좋다. 등산용 스틱, 아이젠 등은 미끄러운 산길에서 유용한 아이템이다.

해빙기에 산에 오를 때는 방수 방풍 투습 기능을 갖춘 고어텍스 소재의 겨울용 방풍재킷을 준비하는 게 좋다. 방풍재킷이 있으면 갑작스럽게 눈 비가 내리거나 기온이 내려가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 울퉁불퉁한 길을 장시간 걸으면 동상에 걸릴 염려가 있기 때문에 등산화 역시 방수 기능이 있는 제품을 갖춰야 안전하다. 언제든 갑자기 기온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보온을 위한 두꺼운 옷과 모자, 양말 등을 여벌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산에 오르기 전 충분히 몸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겨우내 굳어 있던 몸의 근육이 갑자기 긴장하면 근육통이나 무릎 관절 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어깨, 발목, 손목, 허리, 목 등을 스트레칭으로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출발 직후에는 평소 등산 속도보다 느리게 걸으면서 워밍업을 하고, 산행 중간에 짧은 휴식을 여러 번 취하는 게 좋다.

고어코리아에서 안전 산행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9명의 아웃도어 전문가로 구성한 ‘마스터 팀’의 윤대표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교수는 “등산은 안전하게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까지를 포함한다”며 “요즘과 같은 해빙기에 방심하고 산행에 나서는 것이 안전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빙기에도 산 속은 여전히 혹독한 기상 조건이 빈번히 생기기 때문에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기능성 재킷과 등산화 등을 챙겨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