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술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접대주'로 꼽히던 위스키 수입량은 감소한 반면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큐르, 보드카 등의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리큐르와 보드카 수입량은 각각 전년 대비 52% 증가한 658만ℓ, 182만ℓ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에 들여온 주종 중 가장 높은 성장세다.

반면 위스키는 지난해 수입량(1954만ℓ)이 전년 대비 8.8% 줄어 100만ℓ 이상 수입된 주종 중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주류 수입 추세가 바뀐 것은 직장인과 젊은 층의 술 문화가 변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위스키는 최근 접대를 지양하는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으며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소비되는 12년산 위스키 수요가 대폭 줄었다. 위스키는 수입 주류 중 맥주, 와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물량을 들여오고 있지만 2010년부터 수입량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젊은 층이 즐겨 찾는 클럽이 대거 등장하면서 리큐르와 보드카의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클럽에서는 '예거 마이스터(독일)', '아그와(네덜란드)' 등 리큐르 원액을 에너지 음료와 섞은 ‘예거밤’, ‘아그와밤’ 등이 유행하고 있다. 에너지 음료의 각성 효과로 지치지 않고 놀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보드카는 칵테일의 원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국내 주류 업체들은 이런 수요를 반영해 리큐르 브랜드를 새로 들여오거나 기존 리큐르, 보드카 제품군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국내 1위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은 독일산 허브리큐르 '버젤페터'를 들여왔다. 디아지오 코리아, 페르노리카 코리아 등 대형 주류 수입업체들도 클럽 등을 대상으로 리큐르 제품에 대한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지난해 앱솔루트 보드카에 ‘베리 아사이’ 라인을 추가했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마케팅을 통한 시장점유율(현재 약 20%) 확대에 팔을 걷어 붙였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관계자는 “보드카 등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 주종에 대한 마케팅 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기존 위스키도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며 “지역별 맞춤 전략을 구사하는 등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