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선진국들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7%에 이르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후 고령자 비율이 14%로 확대되는 고령사회를 거쳐 초고령사회(고령자 비율 20%)까지 가는 데 80~150년이 걸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는 일본은 36년 걸렸다. 2000년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전망이다.

고령화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활동인구가 줄면서 산업생산이 타격을 입게 되고 국가의 가치창출 능력도 위축된다는 점이다. 반면 의료비 등 비생산적 소비나 복지 지출은 크게 늘어난다. 기획재정부는 2030년께 전체 예산의 49.3%를 복지에 써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은퇴가 없는 나라》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경고하는 한편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고령화 위험이 일본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데다 경제력이 일본의 절반 수준이라 고령화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재원도 부족하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고령화에 적극 대처했지만 우리는 그렇지도 못한 상황이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1·2차 새로마지 플랜 등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핵심 문제를 해결할 근본 처방보다는 현상완화를 위한 대증요법의 성격이 강하다”고 비판한다. 현행 정책은 출산율 증대와 고령자 실업률 저하 등 정책지표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 문제인 국가와 사회 전반의 가치창출 능력 저하를 해결하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핵심 키워드로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연령별 분업체계’다. 쉽게 말해 젊은 층은 ‘생산’ 분야로, 고령층은 ‘지원’ 분야로 보내라는 것이다. 청장년층은 생산적인 ‘가치창출’ 영역에서 일하며 기술과 현장 노하우를 축적하고 이 같은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가치이전’ 영역의 서비스 관련 직종에서는 고령층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 이른바 ‘이모작 인생’이다.

따라서 일모작 고학력 집단, 일모작 저학력 집단, 이모작 저학력 집단, 이모작 고학력 집단 등 인구집단별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층의 가치창출 활동과 취업 확대를 위해 이공계 등에 인센티브와 유인책을 제공하고 기술 관련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중장년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청년 교육에만 주력하는 대학, 대학원을 성인 재교육 기관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같은 이모작 인생을 통해 나이를 먹는 것이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모작 인생은 번식과 부양 의무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실현이 가능한 제2의 인생이다. 일모작 인생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에 다가설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