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과 심리학 등을 국내에 처음 보급한 독립운동가 한치진 선생(1901~?)의 학문 세계를 본격 조명할 수 있는 90여년 전 사진이 공개됐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카운티에 사는 선생의 딸 영숙씨는 한치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10년 준비 끝에 3월 중순 사진첩을 발간한다며 28일 관련 사진들을 공개했다.

사진첩에 담길 사진들은 선생이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인 1921년 안창호 선생과 함께 찍은 모습과 선생이 작곡가 홍난파에게 넘겨준 홍파동 집의 ‘울 밑에 선 봉선화’ 모습이 담긴 사진, 1928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받은 철학박사 학위 수여증 사진 등 100여장이다.

영숙씨는 “어머니(정복희·2004년 작고)가 피란길에도 들고 다니는 등 소중히 간직해온 미공개 자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선생은 16세 때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하다 미국 유학을 떠났다. 미국에서도 독립을 주창하는 삼일신보(三一申報) 창간을 주도했다. 1932년 귀국 후 이화여전 교수가 됐으나 사상범으로 검거돼 서대문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다 해방과 함께 출감했고, 이후 서울대 교수로 일하다 6·25전쟁 때 납북됐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