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퀘스터 결국 발동…오바마, 의회지도부와 협상 결렬
1일 발동된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 조치(시퀘스터)’ 파장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가 시퀘스터 발동 10시간 뒤인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추가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이 워낙 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IMF, “전 세계 성장률 둔화”

시퀘스터 결국 발동…오바마, 의회지도부와 협상 결렬
빌 머레이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예산 삭감이 어떻게 시행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도 “미국과 활발하게 교역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닛 나폴리타노 미국 국토안보 장관이 예산 부족으로 이민세관국 직원 5000여명의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하자 캐나다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경 관리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육로 수송에 의존하는 캐나다의 미국 수출이 크게 위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존 베어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국경 관리 인력 감축 계획에 대해 “양국 산업계의 공동 번영에 핵심적 문제”라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가 시퀘스터를 막을 재정적자 감축안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3월부터 9월까지 총 850억달러의 예산이 순차적으로 줄어든다. 삭감액 중 절반이 국방예산이어서 군수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의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시퀘스터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6%포인트 떨어지고, 75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악관은 시퀘스터 영향보고서를 통해 국방부 등 정부기관 직원의 무급 휴가, 교사 해고, 국방태세 및 국경 경비 약화, 항공기 연착륙, 백신 접종 축소 등 전방위적인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의장은 “시퀘스터는 점점 커지는 폭풍우”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파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 측은 “삭감되는 예산이 전체 연방정부 예산 3조5500억달러의 2.4%에 불과하다”며 “주가 상승세 등을 감안하면 시퀘스터의 공포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재정적자 해소 산 넘어 산

미국 여야가 막판 절충을 통해 시퀘스터를 중단시켜도 또 다른 악재가 버티고 있다. 2013 회계연도(2012년 10월~2013년 9월) 잠정 예산 편성이 3월27일 끝나기 때문이다. 의회가 그 전에 새로운 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연방정부와 산하기관은 문을 닫아야 한다. 1970년 이후 미국 예산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해 17차례나 연방정부가 폐쇄됐다. 1995년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는 1개월여 정부 기능이 마비됐다.

의회가 예산안에 합의하더라도 5월18일 이전까지 현재 16조4000억달러인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확대해야 한다. 공화당은 재정지출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확대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부채 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다.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이 어려워져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 2011년 부채한도 확대가 난항을 겪자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시켜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