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재근 씨(53)는 작년 하반기에 노후 단독주택(대지 200㎡)을 헐고, 연립주택을 지으려 했으나 신축 계획을 올봄으로 미뤘다. 단독주택을 신축할 때 일조권 조건을 완화하는 법령 개정안이 이르면 이달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 법령을 적용할 경우 일조권 때문에 경사 형태로 지어야 했던 북쪽 지붕이 한결 깔끔해지고, 용적률도 10% 안팎 늘어나는 데다 집안도 공간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주택업계에서는 이번 단독주택 일조권 개정안 시행으로 노후 단독주택 지역에서의 다세대주택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짓는 ‘소규모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규모 재건축은 노후 단독주택을 구역으로 묶어서 재건축하는 ‘단독주택 재건축’과는 달리 대지면적 150~500㎡(45~150평) 규모에서 이뤄지는 ‘개별 재건축 사업’이다.

◆서울 방배·불광동 등 5만여가구 단독주택 수혜

그동안 주거지역에서 집을 지을 때는 옆집의 햇빛량(일조량) 피해를 줄여주기 위해 북쪽 벽은 택지 경계선에서 일정 거리만큼 떼어 짓도록 했다. 예컨대 건물 높이 4m까지 대지 경계선에서 1m 이상을, 8m까지는 2m 이상을, 그 이상은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떼도록 했다. 이 때문에 집 높이가 4m 이상인 경우 북쪽은 벽체가 계단 형태로 안쪽으로 밀려들어가고, 지붕도 경사지게 설계해야 했다.

이번 개정 시행령에서는 건축물 높이 9m까지는 정북방향 택지 경계선에서 1.5m 이상 떨어지도록 하고 그 이상은 2분의 1 이상을 떼게 했다. 이로써 북쪽에 생기는 건물 그림자 영향을 최소화하고, 도시 미관도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조례가 개정되면 전국적으로 연간 건축하는 단독주택 5만1000여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전국의 단독주택은 414만여가구이며 2011년 5만1747건, 지난해 5만417건이 각각 신축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말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한 국토부는 이달 중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조례 개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서울시의 경우 관련 조례가 이달 임시회 안건으로 올라가 있고 이달 하순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강남권에서는 방배동 서초동 역삼동 등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 수혜 대상 구역으로 꼽힌다. 강북권에서는 불광동 신당동 왕십리동 군자동 등에서 소규모 재건축이 활발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단독주택 내부 공간 효율성 높아져

일조권 개선으로 신축주택의 실내공간 씀씀이도 한층 좋아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신축 건물 높이가 8m 이상이면 3층의 3분의 1이 경사 지붕으로 지어졌다. 건물벽도 높이 4m 이상에서는 반듯하게 올라가지 못하고 계단식으로 꺾이면서 기형적으로 들어섰다. 실내공간도 효율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앞으로 9m까지 일직선으로 신축이 가능해 층별 높이(층고)도 기존 2.7m에서 3m로 높아진다. 아울러 내부공간도 넓어 쾌적해질 수 있다. 용적률도 발코니 확장 등을 고려하면 기존보다 5~10%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