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이 레노버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삼성을 뛰어넘어) 1위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고 하더군요. 기사 내용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잭 리 레노버 한국·홍콩·대만시장 총괄 사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언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을 제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삼성을 직접 언급하길 꺼렸지만 머지않아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선두권 업체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리 사장은 미국 에머슨전자 등에서 일하다 2009년 레노버에 합류한 뒤 중국·인도 등을 총괄하는 신흥시장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지난해 레노버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약 14%로 16%대인 삼성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1년 1.7%에 불과했던 레노버였다. 1년 만에 애플 등 쟁쟁한 업체를 제치고 중국에서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9%대에서 16%대로 떨어졌다.

레노버는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첫해인 지난해 점유율이 4.4%로 5위였다. LG전자 모토로라 블랙베리 등 전통의 강자들을 모두 따돌렸다.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17.8%)보다 높은 26.5%다. 레노버가 자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만큼 세계 시장 점유율도 높아진다.

PC업체인 레노버가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불과 3년 전인 2010년이었다. 자국 시장 경쟁력만으로 레노버의 성장 요인을 설명할 수는 없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삼성과의 기술격차를 묻자 리 사장은 “CES(미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최다 수상 기록을 갖고 있는 회사는 바로 레노버”라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언론에서 레노버를 매력적인 신제품이 끊임없이 나오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트렁크’라고 표현한 게 맞는 것 같다”며 “많은 부문에서 레노버의 기술은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리 사장은 저가 제품이 아닌 프리미엄 제품으로 삼성, 애플 등 선두권 업

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레노버의 성장은 가격 정책 때문이 아니다”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이익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스마트폰 사업을 본격 전개할 때도 목표는 점유율 확대가 아니라 수익을 내는 것이었다”며 “기술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고 덧붙였다. 레노버는 지난 회계연도 3분기(10~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2억49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캐나다인인 리 사장은 “상위 10대 임원이 6개국 출신이고, 상위 100대 임원은 14개국 출신 인재로 구성돼 있다”며 레노버의 인적 구성도 경쟁력 요인으로 꼽았다. 레노버는 3G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으면서도 인구가 많은 러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세계 1위인 PC 공급망을 활용해 스마트폰, 태블릿PC 보급을 빠른 속도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스마트폰 등 최근 4년 내 내놓은 신제품으로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는다”며 “이는 신제품·신시장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