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씨앗은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었다. 은행들이 신용도 낮은 고객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출자산을 증권화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판 것이 화근이었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연체율이 급증하자 모기지 증권은 휴지조각이 됐고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불과 5년 전 위기를 벌써 잊은 걸까.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학자금대출을 담보로 발행한 증권에 몰려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규모에 연체율은 치솟고 있고, 부실대출을 담보로 발행된 증권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모양이 딱 5년 전의 모습이다.

지난주 미국 최대 학자금대출 업체인 SLM코프는 11억달러에 달하는 학자금대출 담보부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위험도가 높은 증권에 발행액의 15배에 달하는 응찰액이 몰렸다. 뉴욕에 있는 비상장 증권거래 중개업체 세컨드마켓은 학자금대출 담보증권을 발행사와 투자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번 주 공개할 예정이다. 배리 실버트 세컨드마켓 최고경영자(CEO)는 “투자 수요가 급증해 이런 서비스를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학자금대출 담보증권의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지난달 말 변동금리 학자금대출 담보증권의 평균 금리는 연 1.48%로 지난해 8월 말의 연 2.01%보다 크게 낮아졌다. 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같은 만기의 국채 금리 연 0.75%에 비하면 아직 두 배가량 높아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 올 들어 2월 말까지 학자금대출 담보부증권은 모두 56억달러어치가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뉴욕 연방은행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90일 이상 연체된 학자금대출의 비율은 31%로, 2008년 같은 기간의 24%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 수치는 재학 중인 학생과 원리금 상환 유예기간이 끝나지 않은 경우를 제외한 것이어서 연체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민간 대출업체가 제공하는 학자금대출은 정부가 보증을 하지 않고 과거 신용과 가족의 상환 능력을 따져 제공하기 때문에 연체율이 4.6%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연방정부 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상환 연장 등 혜택이 적어 부실 위험은 더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