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한 지 이틀째인 5일 오전 6시40분. 울산공장 정문은 출근하는 근로자들로 북적였다. 도장3부의 이후수 씨(56)는 “대낮에 퇴근하니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3시30분부터 일하다 이날 새벽 1시30분 퇴근한 2조 근로자들은 처음으로 밤샘근무에서 벗어나 모처럼 가족들과 단잠을 이뤘다. 노조 측은 “근로자들 대다수가 주간 2교대 시행에 상당한 만족감과 기대감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와 입장을 달리하는 크고 작은 현장조직들이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노조 안에는 민투위와 금속연대, 민주현장 등 10여개 조직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대자보와 노조 게시판 등을 통해 ‘집행부가 투쟁 한 번 않고 사측에 다 퍼줬다’, ‘사측은 꿩먹고 알먹고 조합원은 낙동강 오리알’ 등 온갖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 가운데는 2008년 이 제도 도입에 가장 의욕적으로 나섰다가 다른 조직들의 반발로 집행부에서 사퇴했던 한 현장조직도 포함돼 있다.

이들 반대파는 주간 2교대를 위해서는 사업부마다 최소 200명 이상의 인원 충원이 필요하고, 심지어 현행 17시간(주간8+야간9)인 주말근무를 주간 10시간으로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반 조합원들은 현장 노동활동가들의 이 같은 집행부 흔들기에 염증을 내고 있다. 주간 2교대 도입으로 연간 18만여대의 생산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또다시 인원충원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행위는 사실상 주간 2교대를 하지 말자는 주장이라는 것. 한 조합원은 “협약 체결 잉크도 마르기 전에 벌써부터 주간 2교대를 뿌리부터 흔들어대는 것은 조합원 권익을 내세워 집행부 장악이라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격분했다. 오는 9월 집행부 선거에서 이런 조직에는 절대 표를 주지 않겠다고 경고하는 조합원들도 보였다.

한 근로자는 “10년간의 긴 논란 끝에 노사합의로 어렵사리 도입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역주행시키는 것은 조합원들 건강과 가정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진정 조합원을 위한다면 어떻게 제도를 더 발전시킬지 제시하고 노조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현장의 바람이다.

하인식 지식사회부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