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우리은행 女농구감독 "통합챔프 오를때까지 '악마' 될겁니다"
“정규시즌 우승은 이제 기억도 안 납니다. 앞만 보고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해야죠. 여기까지 힘들게 왔는데 이제 통합우승에 도전합니다.”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꼴찌의 반란’을 일으키며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위성우 우리은행 한새 여자프로농구단 감독(42). 서울 장위동의 팀 체육관에서 만난 위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에 취해 있기보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챔피언결정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정규시즌 우승에 대해서는 “정규시즌 35게임을 치르면서 힘들었는데 힘든 만큼 좋은 결과가 나와 뿌듯하다”며 “하위권을 맴돌던 팀의 구성원들이 전력 보강 없는 상황에서도 모두 함께 땀 흘리며 우승을 일궈내 성취감이 더 컸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고 오는 15일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우리은행은 올 시즌 여자프로농구의 기적으로 꼽힌다. 지난 4시즌 연속 꼴찌였고 올 시즌도 개막 전엔 여전히 꼴찌 후보였다. 지난 4시즌 매해 거둔 승수는 한 자릿수였고 패수는 30을 넘었다. 4년간 28승127패의 참담한 성적에 뚜렷한 스타도 없는 팀을 무명선수 출신의 위 감독이 완전히 바꿔놨다.

WKBL 통합 6연패 대기록을 세운 신한은행의 코치로 활약했던 위 감독은 지난해 초 우리은행에서 감독 생활을 처음 시작한 ‘초보’다.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 전주원 코치도 우리은행으로 옮겨 팀 체질 개선에 힘을 보탰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 코치 시절 우리은행 선수들이 이렇게 바닥을 헤맬 선수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충분히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비시즌 동안 훈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문제점이 드러났다.

“연습게임을 해보니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부담감을 갖더군요. 이기다가도 마지막 남은 5분에 도망다니고 지고 있으면 역전은 꿈도 꾸지 않더라고요. 그때 ‘멘붕’이 왔습니다. 이런 성향을 어떻게 바꿀까 고민하다 한계상황에 닥쳤을 때 몸이 반응하도록 만들자고 했죠.”

이때부터 위 감독은 혹독할 만큼 고된 훈련을 지휘하는 ‘악마’가 됐다. 오전 웨이트트레이닝, 오후 연습 5~6시간, 저녁 훈련까지 끊임없는 훈련을 이어갔다. 그는 “선수들을 더 자극적으로 극한까지 숨도 못 쉬게 몰아붙였다”며 “4년 동안 꼴찌하면서 내면에 박힌 패배의식을 없애기 위해선 극한에 몰아 놓고 빠져나오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와 선수들은 시즌 전 혹독할 만큼 고된 훈련을 했고,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며 칼을 갈았다. 성실한 훈련과 땀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악몽 같은 훈련을 견뎠다.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면 전 코치가 나서 선수들을 다독여주는 최고의 호흡도 힘을 발휘했다.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항상 ‘지금이 힘드냐 여름에 훈련할 때가 힘드냐’고 묻습니다. 그때가 10배는 힘들 텐데 지금 못 이겨내면 안 된다고 독려했습니다. 선수들이 내공을 쌓아가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시즌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니까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해서 넘어야 하죠.”

꼴찌를 도맡아 하던 팀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하니 우리은행은 잔칫집이 됐다. 서울 회현동의 우리은행 본사 외벽에는 정규시즌 우승을 자축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이게 처음이 아니다. 정규시즌 동안 농구팀이 연승을 이어갔을 때도 마치 우승한 것처럼 축하 현수막을 걸고 5, 6, 7, 8연승 숫자를 바꿔가며 농구팀에 힘을 불어넣어줬다.

“이순우 행장님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을 때 경기장에서 지켜보셨어요. ‘정규시즌 잘했으니 부담없이 하라’고 하셨는데 내심 우승을 바라는 것 같더군요. 여기까지 왔는데 챔피언결정전에 신한은행이나 삼성생명 누가 올라오더라도 우승할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습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