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5일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며 강도높은 위협을 내놓은 것은 한반도 정세의 국면 전환을 노린 카드로 보인다. 한·미가 군사 훈련에 돌입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제재안 결의 논의가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대남위협으로 긴장을 고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성명은 우선 11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에 대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줄곧 평화협정 논의를 시작하자며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며 “정전협정을 백지화하겠다는 표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에 긴장분위기를 조성해 국제사회가 미국과 남한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를 권하는 분위기가 마련되게 하려는 노림수라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차단하는 결단을 하겠다고 한 북·미 군 통신선은 이미 작동하지 않는 않은 채널”이라며 “북·미 간에는 유엔 대표부를 통한 뉴욕채널, 당국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1.5트랙 등 대화채널이 여전히 열려있다. 이번 위협을 실질적인 대화 채널 차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지난달 12일 강행한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이르면 이번주 중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제재결의에는 불법 화물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 선박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고 북한의 국제 금융거래를 압박할 수 있는 새로운 제재가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성명은 “(핵실험 이후) 미국과 남조선 괴뢰들을 비롯한 그 추종세력들은 더 악랄하게 더 집요하게 더 강한 새로운 제재를 몰아오려고 발악적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결국 평화협정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관련 당사국이 모여 대화하자는 우회적인 메시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형식으로 정전협정 백지화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무력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성명은 작년 말 강등됐다가 최근 대장으로 복귀한 대남 강경파 김영철 인민군 정찰총국장이 발표했다는 점에서 우리 군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북한군은 동해지역에서 대규모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북한군 부대 지휘관들은 포병부대를 중심으로 전투태세 검열 활동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