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위기 중개업소…2012년 수도권 3000곳 줄어
“요즘 수익은커녕 사무실 월세도 막기도 힘들어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는 중개업소들이 널렸어요.”(아현동 B공인 대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수도권에서 중개업소가 3000곳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주택거래시장이 급랭하면서 중개업소의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중개업계 자체가 고사할 지경”이라며 “취득세 감면 1년 연장,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한 정부대책이 조속히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년 서울에서만 1000곳 감소

5일 국토해양부와 중개업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영업중인 부동산 중개업소는 5만772개로 2011년(5만3476명)에 비해 2700여개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1500여개 감소한 8만2595개로 집계됐다.

지방은 그나마 좀 사정이 나아서 폐업하는 숫자보다 신규 개업한 업소가 많았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폐업한 중개업소가 훨씬 많았다.

수도권 중개업소는 2008년 5만6402개까지 늘어난 뒤 매년 감소 추세다. 시장침체가 길어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중개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게 협회 측 분석이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폐업한 중개업소만 4775개에 달한다. 휴업을 한 중개업소도 314개였다. 반면 중개업계에 새로 진입한 업소는 3984개에 그쳤다. 이를 감안하면 서울에서만 모두 1000여개의 중개업소가 줄었다. 최근 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는 하루 약 100건씩 중개업소를 양도하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실정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중개업소 감소와 함께 중개수수료 규모마저 대폭 감소했다”며 “서울의 아파트 매매건수와 평균 매매가 등을 바탕으로 수수료 규모를 추정해보면 2006년 6000억원에서 작년에는2000억원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중개인 1명당 연간 매매거래 3.7건

수도권 중개업계가 심각한 침체 위기에 빠진 것은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 활황기였던 2006년 69만7676건에 달했던 수도권 주택매매 건수는 2012년 27만1955건으로 곤두박질쳤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서울의 주택매매 건수는 2006년 26만3599건에서 2012년 8만3257건으로 70% 가까이 줄었다. 부동산114가 서울의 중개인 1인당 주택매매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06년 평균 11.3건(중개인 2만3381명)에서 지난해는 3.7건(중개인 2만2295명)으로 크게 줄었다.

중개업계는 최근 대형 포털 사이트와 은행들이 부동산 거래, 컨설팅사업을 강화하면서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업계에는 고령자와 여성의 비율이 높아 폐업을 하면 재기하기가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서민생계 차원에서라도 정부는 부동산 정상화대책을 신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